[2017 글로벌인물10]⑥'중동을 뒤흔든 왕자' 무함마드 빈살만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7.1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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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에 '왕자의 난'을 일으키다…사우디 개혁가 vs 중동 불안 고조 평가 엇갈려

편집자주 올해도 전 세계가 격변을 겪었다. 그 중심엔 사람이 있었다. 세계 정치·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했고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1인 절대권력을 움켜쥐었다. 머니투데이 국제부는 지난 1년간 다룬 이슈를 되짚어 올 한 해 국제사회 흐름을 주도한 인물 10명을 꼽았다. ①시진핑 ②도널드 트럼프 ③에마뉘엘 마크롱 ④앙겔라 메르켈 ⑤아베 신조 ⑥무함마드 빈살만 ⑦제롬 파월 ⑧제프 베조스 ⑨손정의 ⑩수전 파울러가 그 주인공이다.

【리야드 ( 사우디 아라비아) = AP/뉴시스】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영통신사가 배포한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사진.  그는 사우디 국내 개혁과 정적에 대한 숙청을 감행하면서 예멘, 시리아, 레바논 등 중동 지역의 여러 주변국에서 이란에 대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2017.11.08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리야드 ( 사우디 아라비아) = AP/뉴시스】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영통신사가 배포한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사진. 그는 사우디 국내 개혁과 정적에 대한 숙청을 감행하면서 예멘, 시리아, 레바논 등 중동 지역의 여러 주변국에서 이란에 대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2017.11.08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우디아라비아의 32세 왕세자 무하마드 빈살만(사진)은 왕실과 재계 유력 인사들을 대거 숙청하는 사우디판 ‘왕자의 난’으로 올해 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빈살만이 수장을 맡은 반(反)부패위원회가 11월 초 사우디 유력인사 수백 명을 체포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단이었다. 반부패위원회가 체포한 이들은 왕족,
전·현직 장관, 유명 기업인 등을 망라했다.



혐의는 대부분 횡령. 그러나 빈살만이 ‘정치적 숙적’들을 제거하려는 조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현 국왕의 장남으로 지난 6월 사촌 무함마드 빈나예프를 제치고 국왕 1순위 계승자 자리를 차지한 뒤 본격적인 실권 장악에 나섰단 해석이다.

이런 전무후무한 정치적 숙청을 주도한 빈살만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그가 사우디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개방을 확대하려는 일련의 시도를 높게 산다.



이 같은 개혁의 골자는 지난해 4월 사우디 정부가 향후 15년 국가 전략으로 내놓은 ‘비전 2030’에 담겨있다. 빈살만이 주도한 비전 2030은 사우디 경제에서 석유 의존도를 줄여 사우디 경제의 근간을 다각화한다는 게 골자다. 사우디 정부는 세입의 87%, 국내총생산(GDP)의 42%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사우디는 석유 의존도 축소를 위해 건설·관광 등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고 국영기업 민영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 일환으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지분 일부를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관광비자 발급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 구상은 12월 19일 발표한 2018년도 사우디 정부 예산안에서도 확인됐다. 경제개발위원회 의장을 맡은 빈살만은 예산안을 발표하며 “민간 부문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같은 시도는 폐쇄적인 사우디 사회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조치라는 점에서 이목을 모은다. 사우디 정부가 지난 9월 여성의 운전을 내년 6월부터 허용한다고 발표한 ‘기념비적인 결정’에도 빈살만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종교경찰 권한을 제한하는 등 이전의 제약을 완화해 가고 있는데 이 같은 개혁 조치에 힘을 실어준 인물이 바로 빈살만이다.


반면 그의 ‘야욕’이 중동의 정치적 불안정을 높인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적인 입지를 공고히 한 그가 중동 지역에서 외교적인 영향력을 과시하려 하면서 이 여파에 중동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됐다는 비판이다.

지난 11월 초 레바논의 사아드 알 하리리 총리가 돌연 사임을 발표한 배후에 빈살만이 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친 사우디 성향의 하리리 총리는 11월 4일 사우디 체류 중 갑작스럽게 사임의사를 밝히며 이란과 연계된 레바논 내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암살 위협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동지역 수니파 맹주 사우디와 시아파 대표국인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재 고조됐고, 레바논이 두 국가의 대리전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불거졌다. 그리고 하리리 총리의 사임 발표를 ‘꾸민’ 장본인이 중동 지역에서 세를 과시하고 싶어 한 빈살만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하리리 총리가 결국 공개석상에 등장해 레바논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히자 “빈살만 왕세자가 하리리를 사임하도록 한 게 도를 넘었단 걸 깨달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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