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 ( 사우디 아라비아) = AP/뉴시스】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영통신사가 배포한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사진. 그는 사우디 국내 개혁과 정적에 대한 숙청을 감행하면서 예멘, 시리아, 레바논 등 중동 지역의 여러 주변국에서 이란에 대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2017.11.08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빈살만이 수장을 맡은 반(反)부패위원회가 11월 초 사우디 유력인사 수백 명을 체포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단이었다. 반부패위원회가 체포한 이들은 왕족,
전·현직 장관, 유명 기업인 등을 망라했다.
이런 전무후무한 정치적 숙청을 주도한 빈살만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그가 사우디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개방을 확대하려는 일련의 시도를 높게 산다.
사우디는 석유 의존도 축소를 위해 건설·관광 등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고 국영기업 민영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 일환으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지분 일부를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관광비자 발급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 구상은 12월 19일 발표한 2018년도 사우디 정부 예산안에서도 확인됐다. 경제개발위원회 의장을 맡은 빈살만은 예산안을 발표하며 “민간 부문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같은 시도는 폐쇄적인 사우디 사회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조치라는 점에서 이목을 모은다. 사우디 정부가 지난 9월 여성의 운전을 내년 6월부터 허용한다고 발표한 ‘기념비적인 결정’에도 빈살만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종교경찰 권한을 제한하는 등 이전의 제약을 완화해 가고 있는데 이 같은 개혁 조치에 힘을 실어준 인물이 바로 빈살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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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그의 ‘야욕’이 중동의 정치적 불안정을 높인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적인 입지를 공고히 한 그가 중동 지역에서 외교적인 영향력을 과시하려 하면서 이 여파에 중동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됐다는 비판이다.
지난 11월 초 레바논의 사아드 알 하리리 총리가 돌연 사임을 발표한 배후에 빈살만이 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친 사우디 성향의 하리리 총리는 11월 4일 사우디 체류 중 갑작스럽게 사임의사를 밝히며 이란과 연계된 레바논 내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암살 위협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동지역 수니파 맹주 사우디와 시아파 대표국인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재 고조됐고, 레바논이 두 국가의 대리전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불거졌다. 그리고 하리리 총리의 사임 발표를 ‘꾸민’ 장본인이 중동 지역에서 세를 과시하고 싶어 한 빈살만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하리리 총리가 결국 공개석상에 등장해 레바논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히자 “빈살만 왕세자가 하리리를 사임하도록 한 게 도를 넘었단 걸 깨달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