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에 뭉칫돈 몰린 목표전환형 펀드, 수익률 달성 '빨간불'

머니투데이 한은정 기자 2017.12.28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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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설정 목표전환형 펀드 15개중 12개 '마이너스'

고점에 뭉칫돈 몰린 목표전환형 펀드, 수익률 달성 '빨간불'


#지난달 투자자 A씨는 내년초 전세자금에 보탤 돈을 목표전환형 펀드에 가입했다 걱정이 커졌다. 길어도 6개월 정도만 투자하면 5% 수익을 내고 환매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입했지만 펀드가 손실을 기록하면서 전세자금에 차질이 생기진 않을지 고민이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정체된 흐름을 보이면서 '목표전환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목표전환형 펀드는 보통 처음에는 주식형으로 보통 5~7% 수준의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채권형으로 전환해 운용하는 전략으로 특히 과거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봤거나 단기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펀드 단타족'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난달 코스피 지수 고점에도 월간으로 가장 많은 자금이 판매됐고 상당수 펀드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단기에 목표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27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올들어 설정된 목표전환형 펀드 6087억원 가운데 60%에 달하는 3685억원이 지난달 한 달 동안 들어왔다. 이달들어선 242억원 규모가 출시되는데 그쳤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초 종가기준 2557.97로 사상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2500선은 유지했지만 이달들어 조정장에 접어들며 2430선까지 내려왔다. 이에 지난달 설정된 목표전환형 펀드 15개 가운데 3개를 제외한 12개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ETF(상장지수펀드)와 레버리지 투자 열풍에 힘입어 인기를 얻은 신한BNPPETF스마트레버리지목표전환형8 펀드는 지난달 3일 설정이후 -5.83%의 손실을 기록했다. 삼성든든한코리아리딩컴퍼니목표전환형2 펀드는 지난달 809억원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모았지만 지난달 20일 설정이후 수익률은 -4.93%로 저조하다.

이밖에 키움고배당에이스목표전환1(-3.46%),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목표전환형4(-2.72%), KB든든한4차산업혁명목표전환(-2.65%), BNK튼튼코리아목표전환형1(-2.46%) 등도 부진했다. 이들 펀드는 지금보다 7~11%포인트 수준의 수익을 더 내야 목표수익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목표전환형 펀드는 올해 국내·외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조기에 목표 수익률 달성에 성공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특히 목표달성 후 환매한 자금이 목표전환형 펀드로 재투자되는 등 자금이 몰리자 자산운용사들과 판매사들은 앞다퉈 상품을 출시하는 등 분위기가 과열됐다는 지적이다.

펀드 판매사들이 시황에 따른 전략적인 펀드 판매보다는 단순히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데만 집중하면서 투자자를 손실로 이끌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목표전환형 펀드의 상당수는 설정액의 1% 가량을 판매수수료로 뗀다.

목표전환형 펀드는 전고점을 기록하던 2011년에도 30개 이상이 출시되며 인기를 끌었지만 같은해 8월 유럽 재정 위기 등의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며 많은 상품들이 목표수익률 달성해 실패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피 지수가 횡보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내년 국내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겠지만 상승 속도가 더뎌질 수 있어 목표수익률 달성도 지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부분의 목표전환형 펀드는 목표 수익률 달성 이전에도 환매수수료 없이 환매는 가능하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상장기업들의 이익 추정치가 올해처럼 빠르게 상향될 가능성은 낮다"며 "내년 코스피는 올해 종가대비 6~7% 상승에 그칠 전망으로 투자자들은 올해보다 낮은 수익률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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