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는 대통령이 될 수 없는 대한민국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8.01.0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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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젊은 정치][1]대통령 출마 나이 30대로 낮추자 ①젊은이들의 반란이 필요한 한국 정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유스퀘이크(youthquake)’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다. 이 단어가 지난해 유럽 등 세계 여러나라를 뒤흔들었다. 젊은이들의 행동과 영향력이 정치 지형을 바꾸는 등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는 뜻이다. ‘젊은이들의 반란’으로도 읽힌다. 옥스퍼드 사전은 이 단어를 ‘2017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세계 주요국 선거가 이 단어의 위력을 잘 보여줬다. 지난해 6월 치러진 영국 총선이 대표적이다. 집권당인 보수당의 압승이 예상됐던 선거다. 하지만 보수당 의석은 13석 줄었고, 야당인 노동당 의석은 30석 늘었다. 젊은층의 반란에 보수당이 무너졌다.



프랑스 젊은이들의 선택은 더욱 극적이다. 만 39세인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선에서 승리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프랑스 최초 30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오스트리아에선 31세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가 당선됐고, 젊은층의 지지에 힘입어 37세의 여성 저신다 뉴질랜드 총리가 됐다. 아일랜드와 우크라이나에서도 30대 총리가 나왔다.

이들 30대 지도자들은 공통점이 있다. 10~20대때 지방 기초단체 등에서 정치를 배웠다. 나이는 어리지만 정치 경력은 이미 10년이 훌쩍 넘는다. 젊음이 무기인 이들은 자유롭고 실용적인 노선을 추구했다. 과거 정당 정치에도 집착하지 않았다. 유연한 정치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든 게 바뀌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가득찬 젊은 세력들에게 나라의 운명이 맡겨졌다.
국회 본회의장/사진=이동훈국회 본회의장/사진=이동훈
대한민국은 어떨까.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선 젊은이들이 설 자리가 없다. 헌법상 대통령에 출마하려면 만 40세가 넘어야한다. 젊은층은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기득권 세력들도 젊은층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한국 정치가 늙어가는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치러진 ‘장미대선’에 나온 후보자들 평균 연령은 61세다. 한 때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74세다. 40대 후보는 아예 없었다.



젊은층을 수혈받지 못한 우리 정치는 계속 늙어가고 있다. 젊은 생각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해가고 있는 경제, 사회, 문화와 달리 유독 정치만 바뀌지 않고 있다. "어느정도 나이를 먹고 연륜이 쌓여야 정치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게 대한민국 정치의 모습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대통령 출마 나이 30대로 낮추자’고 제언하는 것도 이런 잘못된 생각을 없애기 위해서다. 대한민국은 지금 '젊은 정치', '젊은이들의 반란'이 필요하다. 정치가 젊어지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계속 활력을 잃어간다. 사회도 바뀌지 않는다. 취업난과 저출산 등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들 역시 늙어가는 정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기득권층의 관심밖 일이기 때문이다.

오는 6월 치러질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기회다. 지역 의회 등 기초 단체에 젊은 층들이 직접 뛰어들어 '내 삶을'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청년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는 기존 관습이나 기득권의 폐해를 없앨 수 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도전 정신이 우리 사회에 켜켜이 쌓인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얘기다. 기득권 정치인들이 풀지 못한 문제는 이제 젊은 정치인들에게 넘겨야한다.


이광재 여시재 원장은 “세계는 지금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대한민국만 앞으로 갈 생각을 못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의 에너지가 모아져 분출할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한데, 지방자치 등을 비롯해 여러 단계에서 훈련받은 젊은 인재들이 넘쳐나야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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