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도전하는 50대 중년들이 젊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이 그만큼 '고령화'됐다는 반증이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오스트리아의 세바스티안 쿠르츠 총리, 뉴질랜드의 재신다 아던 총리 등 30대 지도자 바람이 거세게 부는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30대 대통령, 지도자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나라 정치 제도 자체가 걸림돌이다. 대표적인 게 대통령 출마 연령이다. 심지어 이 규정은 헌법에 담겨 있다. 헌법 제67조 4항은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고 정했다. 30대는 지도자의 경륜과 소양, 경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예단이 전제된 조항이다. 30대를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서 '30대 지도자'가 나올 리 만무하다.
40세 미만 대통령 출마 금지는 한마디로 독재정권의 잔재다. 문제는 헌법 조항이기에 이는 국민투표가 필요한 개헌으로만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1987년 개헌 당시 짚고 넘어갈 만한 문제였지만 당시 개헌을 주도한 '3김'은 40대를 훌쩍 넘은 상태였다. 이들은 이 조항 덕분에 젊고 새로운 30대 지도자들의 위협을 느낄 필요없이 몇 차례씩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결국 이 조항은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30대 정치인들의 도전 자체를 막았다. 일종의 고령자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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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20대 국회의원이 자취를 감춘 것은 출마 제한 연령과도 관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후반에 들어서야 제도권 정치에 진출할 수 있는데다 실제 정치적 기반을 닦는 데 소요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그 시기는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30세, 국회의원 19세'…정치권 내 목소리= 최근 정치권에선 피선거권 제한 연령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커졌다. 지난 4월 송옥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피선거권 연령을 선거권 연령과 같은 19세로 하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같은 당 표창원 의원도 지난달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냈다. 민주당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권 연령 하향과 함께 피선거권 연령 하향도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 출마 자격을 40세에서 30세 정도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을 삭제하거나 30세 정도로 하향 조정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주장했다. 권 후보자는 "조금 더 젊은 층 의견이 반영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에 향후 대통령 출마 연령 하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31세의 나이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던 김광진 전 의원(민주당)은 "의원 시절 국회 법제실과 대통령 40세 출마 제한 규정 논쟁을 오랫동안 했다"며 "관련 속기록과 연구자료를 검토해보니 '합리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결론이었다.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