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수연 수화통역사가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울수화전문교육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며 학원 관계자와 수화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7.12.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하지만 수화는 한번 빠져들면 벗어나기 힘든 매력이 있다. 새내기 수화통역사 노수연씨(34)의 말을 들어보면 그건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즐거움”이다.
수화를 배우기 전 노씨는 지상파방송, 케이블TV 등에서 방송 연출 일을 했다. 오래 꿈꿨던 일이었다. 일 자체는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고 보람을 줬다.
그러던 어느날 도서관에서 스쳐지나가던 낯선 사람의 품에 안겨있는 수화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왜 '바로 저거다'라고 손뼉을 쳤을까. 지금도 정확히는 알 수 없다. 그냥 그제서야 운명을 만난 것 같았다.
돌아서자마자 노씨는 곧장 인터넷에서 '수화통역사'를 검색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수화전문교육원에 등록하고 강의를 들으면서 비로소 몰랐던 세상의 문을 열어젖혔다. 수화 단어집에 줄이 늘어날 수록 신비함은 더해갔다. 단어수는 적지만 표현가능성은 무궁무진한 게 수화의 힘이었다. 말에서 느끼지 못한 몸의 언어의 매혹에 푹 빠졌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자신감이 붙은 만큼 수화통역사시험에도 도전했다. 첫해는 낙방이었지만 이듬해에는 달랐다. 보통 합격까지 3~5년은 걸릴 정도로 만만치않은 시험이다. 노씨는 2년만에 통과했다. 국가공인수화통역사 자격증을 들고 1년 가까이 근로지원인으로 일했던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에 정식원서를 냈다. 지금은 최종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수화를 배우고 나니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어요. 농아인스포츠연맹에서 계속 일하게 된다면 장애인스포츠지도사 자격증도 따고 싶어요. 스포츠 분야 공부도 해볼 생각이고요. 예전에 했던 방송 일도 접목할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7월 터키 삼순에서 열렸던 농아인올림픽대회(데플림픽) 한국대표팀 참가 준비에도 한 몫했다. 장애인스포츠외교에도 관심이 생긴 이유다.
노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수화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 그 어떤 언어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수화가 몸의 언어이기 때문일까.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단다.
"접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요. 수화는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해주는 문입니다."
노수연 수화통역사가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울수화전문교육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며 학원 관계자와 수화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7.12.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