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가상통화, 화폐로 볼 수 없다…비이성적 과열 우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7.12.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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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기자단 간담회서 밝혀…“캐나다 통화스와프, 올해 가장 값진 성과” 자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저녁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저녁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 가상화폐 투기 현상에 ‘경고음’을 보냈다. 법정 화폐로 보기 어렵고, 투기 과열 현상이 걱정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최근 가상통화 열풍을 보면 금융완화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도 있는 것 아닌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는 법정 화폐로 볼 수 없다”며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정도의 가격 폭등을 보이고 있는데 그런 투기적 모습에 사실상 모든 중앙은행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가상통화 규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정부 부처에서 다루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가상통화가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통화 파급경로에, 지급결제시스템에, 금융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내년 성장률 전망에 대해선 “3% 정도가 예상된다”고 했다. 한은은 지난 10월 경제전망에서 2.9%를 예상했는데 이보다 소폭 상향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글로벌 경기회복세, 대중교역 여건 개선 등이 성장세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그는 “올해 성장률이 높으면 내년 기저효과도 있다”며 “2.9%나 3.0%나 하는 정도의 변화는 크게 의미있는 차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미리 예단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1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상당수 금통위원이 물가 하락을 걱정한 것에 대해선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사실상 근원물가(석유류, 농산물 제외 물가상승률) 의미가 더 크다”며 “근원물가가 상승하다가 지난달 좀 내려앉은 점을 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이자부담 증가 우려와 관련해선 “시장금리가 오르면 자산보다 부채를 많이 갖고 있는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그렇지만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거나 금융시스템에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상승률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되겠지만, 내년에도 고용이 여전히 비정규직이나 고령인구 중심으로 늘어나면 경기개선에도 불구하고 임금상승 압력은 낮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총재는 11월 금리인상 배경에 대해선 “임기가 끝나기 전에, 혹은 연내에 인상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다”며 “시장에 거의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금리정상화를 할 수 있는 적기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올해를 되돌아보면서 가장 의미있는 일로 ‘한국과 캐나다의 양자 통화스와프’를 꼽았다. 한은은 지난달 캐나다 중앙은행과 미리 한도와 기한을 정하지 않은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이 총재는 “캐나다와 통화스왑 체결은 올해 한은이 거둔 가장 값진 성과”라며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는 대외지급능력을 보강해 주는 제2선 외환보유액과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캐나다 중앙은행이 여타 5개 기축통화국과 동일한 조건으로 맺은 협정이어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새해를 맞아 한은이 갖고 있는 고민으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글로벌 경제환경의 골디락스(경기침체를 걱정할 만큼 냉각되지도,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로 과열되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의 성장) 지속성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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