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 산타카테리나시장 입구
산타카테리나 시장도 우리나라의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위기를 겪었다. 시민들 사이에선 산타카테리나 시장의 시설이 낙후돼 노인들만 간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타카테리나시장 내부.
리모델링 과정에서 현대화도 입혔다. 대형마트와 경쟁할 대형 주차장을 확보했고, 이메일·전화 주문 배송제도 도입했다. 신선한 식품 등 주문을 곧바로 당일 배송하는 시스템도 갖춰 바쁜 직장인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와 함게 편리함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신선한 마늘을 다져 소량 포장하는 등 대형마트처럼 재료를 가공, 판매했다. 더욱 놀랄 만한 점은 시장엔 대형마트도 함께 입점해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 상인들이 판매하지 않는 공산품을 판매하면서 시장과 공존한다. 상인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 명의 현지 주민이 더 올 수 있도록 매월 다양한 축제 이벤트를 여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 시각 인기 뉴스
12월 4일 오후 방문한 일본 오사카 구로몬 시장 내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관광객들이 정보를 찾거나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구로몬시장 상인들은 관광객을 맞을 환경을 스스로 준비해 나가는 등 변화를 자발적으로 맞이했다. 시장 내 아케이드(아치형 지붕)를 설치하고 바닥도 깔끔한 타일을 깔았다. 각국 언어로 시장 안내지도와 표지판, 책자, 현수막 등을 준비했다. 안내센터겸 휴게실과 무료 와이파이 환경도 갖췄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하기 쉽도록 상품을 각국 언어와 사진으로 구성해 책자를 만들었다.
각종 식자재를 판매하던 전통적인 시장에서 관광객을 위해 먹거리를 개발, '푸드코트'와 같은 환경을 갖춘 것도 신의 한 수였다. 꼬치류, 대게, 스시, 참치덮밥 등 다양한 먹거리는 구로몬시장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상인들의 노력에 힘입어 지난 2011년부터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이제는 구로몬시장은 오사카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관광지가 됐다.
대만 스린야시장은 2700여개 상점이 모여있는 대규모 전통시장이다. 스린야시장은 철저하게 젊은이들을 공략함으로써 시장이 회생할 계기를 마련했다. 젊은층이 좋아하는 먹거리를 타깃으로 집중 개발하면서 젊은이들의 발길을 시장으로 돌렸다. 먹거리의 호황은 의류 등 다른 분야 상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스린야시장을 방문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형마트에선 경험할 수 없는 쇼핑과 식도락의 조화다. 곱창과 면을 함께 숟가락으로 건져 먹는 곱창국수인 '아쭝멘션'(阿宗麵線), 굴을 전처럼 부친 '커짜이지엔'(蚵仔煎), 대만식 닭튀김 '지파이'(雞排) 등 다양한 식도락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쑤원산 스린야시장 총상인연합회장은 "야시장은 대만사람들에겐 생활과도 같다"며 "먹거리를 즐기면서 쇼핑을 하는 것이 힐링"이라고 말했다.
빼곡했던 상점이 대부분 공실이 돼 스산한 분위기마저 풍기는 25일 영도시장의 풍경/사진=김경환
하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 들어 인근 주택가가 아파트로 재개발 되기 시작하고 인근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영도시장은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인근 상도4동이 도시재생 시범사업지에 선정될 만큼 활력을 잃은 점도 영도시장의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교통 요지에 위치한 점을 맹신해 떠난 고객을 다시 유치할 변화를 게을리 한 영향도 컸다.
대부분이 공실로 텅텅 빈 25일 영도시장의 풍경. 1980년대엔 공실이 없고 매대마다 상인들과 고객들로 넘쳐났다./사진=김경환
결국 고객들에게 외면 받은 영도시장은 오는 2021년 완공될 동작구청 복합행정타운 부지로 편입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위기가 도래했지만 변화에 실패한 영도시장 사례는 전통시장의 복원에 많은 과제를 던진다.
머니투데이가 취재한 해외 전통시장도 대형마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국내처럼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반적인 방향성은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의 경쟁력에 밀려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을 인지하고 고객을 유인할 특별함으로 새롭게 무장한 시장만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고 있다.
특별취재팀=김경환, 진달래, 최민지, 이동우, 방윤영, 김민중, 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