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역지사지" 경제는 "동주공제", 文대통령 4자성어 외교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성휘 기자 2017.12.1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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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中 맞춤형 소통, 신동호 연설비서관 작성… 노영민 주중대사도 조언

【베이징(중국)=뉴시스】전진환 기자 = 중국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을 마치고 베이징대 하오핀(오른쪽) 당서기로부터 베이징대의 옛날 이름인 '대학당'이라고 쓰인 명패를 전달받고 있다. 왼쪽은 린젠화 베이징대 총장. 2017.12.15.   amin2@newsis.com【베이징(중국)=뉴시스】전진환 기자 = 중국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을 마치고 베이징대 하오핀(오른쪽) 당서기로부터 베이징대의 옛날 이름인 '대학당'이라고 쓰인 명패를 전달받고 있다. 왼쪽은 린젠화 베이징대 총장. 2017.12.15. [email protected]


역지사지, 동주공제, 그리고 관왕지래.

문재인 대통령의 첫 중국방문이 3박4일 중 반환점을 돈 가운데 수차례 인용한 중국 사자성어가 눈길을 끈다. 그중 핵심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한국과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나 북한 핵문제 해결 관련, 각자의 입장만 고집하지 말고 상대 입장이 돼 이해를 넓혀가자는 취지다. 이번 방중을 관통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출국 전 청와대에서 가진 중국 관영매체 CCTV 인터뷰에서부터 "역지사지"를 제안했다. 14일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에서는 "최근 양국 간 일시적 어려움도 오히려 역지사지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역지사지는 맹자(孟子)의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나왔다.



확대정상회담에서는 '관왕지래(觀往知來)'도 말했다. 지나간 것을 살펴봄으로써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한·중 양국이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앞으로도 관계를 확대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이 표현을 골랐다. ‘열자(列子)’의 설부편 한 구절이다.

방중 첫날인 13일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동주공제(同舟共濟)를 말했다. 한·중 재계 인사가 대거 참석한 '한·중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다.



사자성어는 장점이 있다. 직접 화법보다 비유 등 간접화법을 즐기는 중국 특색에 적합하다. 메시지를 압축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게다가 한자문화를 공유한 국내에도 메시지의 의미가 비교적 잘 이해된다. 문 대통령의 '필사'는 신동호 연설비서관이다. 신 비서관은 각 분야별 참모진이 제안한 내용을 참고하기도 하고 수많은 고전에서 답을 구하기도 한다. 노영민 주중대사도 한자와 한시에 능해, 문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한자 표현 인용은 방중 셋째날(15일) 베이징대학 강연에서 더 풍성해졌다. 네글자에 갇히지 않고 "두 사람이 마음을 함께 하면 그 날카로움은 쇠를 절단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고 소개했다. '주역'의 한 구절인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이 같은 마음으로 함께 힘을 합친다면 한반도과 동북아의 평화를 이뤄내는 데 있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또 "왕안석의 시 명비곡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며 "인생락재 상지심(人生樂在相知心), 서로를 알아주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역지사지하며 서로를 알아주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왕안석은 흔히 송나라의 개혁재상으로 알려졌고 시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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