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따라 中 '깜짝' 금리인상…亞서 가장 먼저 대응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7.12.1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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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준금리 인상 수시간 뒤 인민은행, 역RP 금리 시장 예상과 다르게 인상

美 따라 中 '깜짝' 금리인상…亞서 가장 먼저 대응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서 중국이 유동성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중국은 다만 기준금리가 아닌 은행들이 자금을 융통하는 단기 자금시장 금리를 인상하는 차선책을 택했다. 시장과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충격을 피하면서 미국의 금리인상 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인민은행이 14일 단기금리인 일주일짜리 역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기존 2.45%에서 2.5%로, 28일물 금리는 2.75%에서 2.8%로 0.05%포인트씩 인상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에 대출할 때 적용하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1년물 금리도 3.2%에서 3.25%로 인상했다. 역RP 금리 및 MLF 금리 인상은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기준금리인 대출금리나 지급준비율 인상보다 강도가 약하지만 시장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시장에선 지난해와 다르게 위안화가 절상되며 자본유출 우려가 적어진 만큼 인민은행의 단기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봤다.



최근 블룸버그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32명의 전문가 가운데 80% 이상이 인민은행이 이달에도 역RP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서 이미 예상한 결과지만 FRB가 전날 기준금리를 1.25~1.50%로 0.25%포인트 인상한 게 빌미가 됐다. 안 그래도 중국 정부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를 줄이는 걸 올해 최우선 정책 화두로 삼았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이번 조치가 자본유출을 막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SC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인민은행의 결정은 미국의 세금감면과 금리인상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본유출 등을 막기 위한 중국 당국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FRB의 금리인상에 다른 나라들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달러 고정환율제를 시행하는 중동 국가들과 홍콩이 금리인상으로 대응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미국과 같은 폭인 0.25%포인트씩 인상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처럼 역RP 금리를 0.25%포인트 높였다. 홍콩도 14일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상향조정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도미노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수 트린 RBC 아시아 통화 리서치 대표는 "아시아 국가들 중엔 말레이시아가 금리인상을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만 역내에서 영향력이 큰 중국의 금리인상 폭이 워낙 작아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천 지 중국 교통은행 애널리스트의 말을 빌어 "(중국의 단기금리 인상은) 예상된 결정이 아니지만 인상 폭이 워낙 작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이는 단지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응하는 조치로 중국 경제가 기준금리 인상을 감내할 만큼 튼튼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레이몬드 양 ANZ 이코노미스트도 "인상폭이 0.05%포인트로 소폭이라는 점을 볼 때 인민은행이 공격적인 조치로 시장을 놀라게 하지 않기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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