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폭등'에 금값은 '하락'…안전자산 대체하나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7.12.15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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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 가격 1년만에 최저가…비트코인 투자자 "금 대신하는 안전자산"

최근 달러화 약세 속에서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값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통상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금값은 강세를 보인다. 투기 열풍을 타고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암호화폐) 시장에 대거 쏠리는 시중자금이 금값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비트코인 '폭등'에 금값은 '하락'…안전자산 대체하나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금 가격은 지난 13일 종가 기준 1g당 4만3990원(1돈 16만4963원)으로 지난해 12월22일(만3950원 이후 1년만에 처음으로 4만4000원 선이 무너졌다. 지난 9월 8일 최고 4만8880원에 비해서는 3개월 만에 10%(4890원)가량 떨어졌다. 특히 금 거래량은 지난 5일 5만2595g에서 이날 2만5198g으로 반 토막이 났다.



통상 금은 달러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금값은 오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80원마저 깨지면서 2015년 초반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금값도 동반 하락하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투자 열풍이 금값을 낮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금값이 추락하는 동안 가상통화 거래 규모는 날로 늘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월간 비트코인 거래금액은 지난 1월 3000억원 대에서 지난달 56조원으로 187배 량 급증했다.



한 가상통화 거래소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현재 가상통화 시장에서 사실상 기축통화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금을 대체하는 안전자산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총량이 2100만개로 정해져 있어 가치가 점차 희소해질 것이고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로 해킹 위험도 사실상 없는 안전자산으로 금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다. 금과 부동산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보다 거래가 쉬운 것도 장점이다.

다만 안전자산은 외부 환경 변화에도 가치가 보존되는 것이 중요한데 가상통화는 실물이 없어 실질적인 가치가 전혀 없고 가격 변동성이 심해 안전자산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과 금 시장은 투자자가 다르고 비트코인은 금보다 변동성이 크지만 가격 대비 유동성은 낮아 성격도 다르다”며 “비트코인이 금 수요를 빼앗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다면 금이 최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며 “하루에도 수백만원씩 등락을 반복하는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여기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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