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리 3번 올리겠다는 美…한·미 금리 역전되나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2017.12.1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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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12월 금리인상·내년 3회 추가 인상 시사…내년중 한미 금리역전 유력, 자본 유출 가능성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3~14일(현지시간) 열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1.25~1.50% 수준으로 종전보다 0.25%포인트 높였다. 이로써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는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후 한 달 만에 다시 같은 수준으로 돌아왔다.

연준은 개별 위원들의 금리 전망 수준을 나타내는 점도표(dot plot)를 통해 내년 중 세 차례의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내년 1~2회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만큼 내년말까지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양국 금리 수준이 역전된 것은 2007년 8월이 마지막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내년 한은의 통화정책 향방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은은 자본 유출입은 금리차 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금리 역전기에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발생할 경우 자본 유출 위험성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상향하는 등 경제 회복세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내년 금리인상 횟수는 지난 9월과 마찬가지로 세 차례로 전망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2회를 전망했다. 전망 경로를 그대로 따를 경우 내년말 미 정책금리는 2.0~2.25% 수준에 이른다.



반면 지난달 6년 만의 금리인상으로 1.25% 최저금리 기조에 마침표를 찍은 한은은 내년 많아야 2번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전히 목표 수준(2%)에 미치지 못하는 물가상승세, 가계부채 부담, 북한 리스크 재부각 가능성 등 리스크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대체로 한은이 내년 1~2회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본다. 모간스탠리, JP모건, HSBC, 씨티, 노무라 등은 1회,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즈는 2회를 예상했다. 전망대로라면 국내 기준금리는 내년말 2% 수준을 넘어서기 힘들 전망이다.

심지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월 금리인상이 "이른 판단"이었다는 의견까지 냈다. "경기를 조절할 정도의 물가 상승세는 감지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주열 총재도 11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추가 조정 여부는 경기, 물가 흐름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금리인상이 급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런 까닭에 내년중 한미 금리역전기 진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다 미국의 금리가 높아지면 가장 우려되는 점은 자본 유출 가능성이다. 국제금융시장 자금 흐름에 민감한 한국은 미국보다 금리가 낮으면 단기 투자자금의 유출을 막기 어렵다. 실제로 한은은 과거 두 차례의 금리 역전기(1999~2001년, 2005~2007년)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따라 올리는 형세를 반복했다. 미국보다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그만큼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은은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따라서 금리를 올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연준 금리인상 자체보다 그것이 우리 경제,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를 판단할 것"이라며 "앞으로 금리정책에서 성장이 견실한지, 물가상승이 목표 수준으로 근접하는지 여부를 가장 먼저 보겠다"고 강조했다.

금리 역전기에 진입하더라도 단기 변동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한미 금리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 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 유인은 살아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금리 역전기가 오래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 리스크 등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더해진다면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자금유출입은 양국 금리차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고 해서 바로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한국의 신용도가 미국보다 낮고,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닌 만큼 안정성 측면에서 본다면 국내 금리가 미국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2월 FOMC 결과가 시장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만큼 이날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은 없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과 같은 2.079%,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6원 내린 1089.1원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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