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美금리인상에 산업계 '촉각'

머니투데이 산업1부, 정리=황시영 2017.12.1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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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수출 기업 매출 증대는 '得'…美·신흥국 소비심리 둔화, 외채 부담 증가 등 '失'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의 FOMC에서 기준금리를 1.25%~1.50%로 0.25%포인트 인상하는 발표를 하고 있다. Fed는 올해 3월과 6월에 이어 예상대로 세 번째이자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사진= AFP/뉴스1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의 FOMC에서 기준금리를 1.25%~1.50%로 0.25%포인트 인상하는 발표를 하고 있다. Fed는 올해 3월과 6월에 이어 예상대로 세 번째이자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사진= AFP/뉴스1


미국 금리 인상 소식에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금리 인상이 이미 예견된데다 폭이 크지 않아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환율과 유가, 소비 등 시장 변화에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금리 인상은 원·달러 환율 상승, 유가 하락, 소비 수요 감소, 신흥국의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인한 신흥시장 리스크 상승 등을 불러온다.



금리 인상으로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업계의 경우 반도체 등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제품 판매 감소 우려도 공존한다.

자동차업계도 환율이 오르면 국내 공장 수출분 매출이 증가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매출이 42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매출이 증가하는 만큼 마케팅 여력도 커진다.



반면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인해 현지 자동차 금융이 위축되고 소비자 구매력이 떨어져 수요부진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현대·기아자동차측 진단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체간 판촉경쟁이 심화할 수 있어 최적의 재고관리와 함께 효율적인 판촉비 운영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연쇄 효과로 신흥국 금리도 올라가게 돼 신흥국 판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항공업계는 환율상승 및 외채 부담 증가라는 부담을 안게 된다. 대한항공 (22,000원 ▲100 +0.46%), 아시아나항공 (11,210원 ▲20 +0.18%) 등 국내 항공업체들은 항공기를 장기에 달러로 리스한다. 외화를 장기로 갚아야 하는 입장에서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불리하다. 달러 결제는 항공기뿐 아니라 연료유류비, 정비비, 보험비 등 영업비용 대부분에 걸쳐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9월말 기준 전체 차입금 중 약 57%가 달러 부채로, 달러강세는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진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전체 부채 중 달러 부채가 32% 수준으로 대한항공과 비교하면 외화평가손실 폭이 적다.

정유·화학업계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환율 변동성 자체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분위기다. A정유사 관계자는 "원자재인 원유를 수입하는 반면 제품 70%를 수출하는 구조여서 한국과 미국 간 금리가 역전돼 원화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이 같은 효과가 서로 상쇄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율 변동성에 유가 상승이 겹칠 경우엔 손실을 볼 수 있다. 원유 도입 비용 부담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어서다. B 정유사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간 금리 역전에 따른 환율 변동성은 이미 예견된 부분"이라며 "관건은 결국 유가 변동성으로 유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산업인 조선업은 미국 금리인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어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현대중공업 (129,900원 ▲400 +0.31%) 등 조선 업종은 대부분의 선박 대금 결제가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경우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환율 변동에 대비하는 헤징(hedging·상쇄거래로 위험 회피)을 감안하면 달러 강세가 수익으로 온전히 반영되진 않을 전망이다.

포스코·현대제철 (31,700원 ▲250 +0.79%) 등 철강업계는 금리인상으로 인해 신흥시장 경기가 위축되지 않을지 우려한다. 신흥국이 자본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 도미노에 나서면 현지 경기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최근 몇년간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면서 잇단 철강 관세 폭탄을 맞아 중국, 동남아 등 신흥국 판매 의존도를 높여왔다. 금리인상으로 수출제품 경쟁력은 변동이 없을 것으로 봤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철강제품 가격이 올라가는 만큼 원재료 비용 역시 올라 효과가 상쇄되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연준(Fed)은 13~14일(현지시간) 열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25~1.50%로 인상했다. 이로써 한미 양국 기준금리는 같은 수준이 됐다.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 3차례의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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