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시작됐다"…문닫는 화장품 브랜드숍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배영윤 기자 2017.12.12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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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위 10개 브랜드숍 매장수 분석해보니…수년간 두자릿수 급증하던 성장세 멈추고 올해 첫 감소

한국 관광 금지령이 내려진 지난 3월 서울 중구 명동거리 한 화장품 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한국 관광 금지령이 내려진 지난 3월 서울 중구 명동거리 한 화장품 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K뷰티' 대명사인 화장품 브랜드숍의 국내 매장수가 올해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브랜드별로 수백개씩 매장이 늘어나는 등 급성장세를 지속해온 화장품 브랜드숍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다.

11일 머니투데이가 최근 5년간(2013년~2017년) 국내 상위 10개 화장품 브랜드숍(이니스프리·더페이스샵·미샤·에뛰드·잇츠스킨·네이처리퍼블릭·토니모리·스킨푸드·바닐라코·더샘)의 매장수를 종합 분석한 결과 올 11월말 현재 전국 매장수는 총 6035개로 전년보다 1.3% 감소했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화장품 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한 지난 2000년대 후반 이후 주요 브랜드숍 총 매장수가 줄어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11년 3500여개 수준이던 상위 10개 브랜드숍의 총 매장수는 2014년 5600개로 3년만에 60% 늘었다. 이후 2015년 5936개(6%↑), 2016년 6118개(3.1%↑) 등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꺾었지만 총 매장수 증가세는 지속했다.

전체 매장수 감소는 올해가 처음이지만 더페이스샵·미샤·네이처리퍼블릭 등 일부 브랜드의 경우 지난해부터 매장 구조조정 조짐이 감지됐다. 더페이스샵은 2015년 1204개를 정점으로 2016년 1138개, 올해 1070개로 2년새 11.1% 줄었다.



미샤는 2014년 739개였던 매장이 2016년 716개, 올해 699개로 각각 감소했다. 서울교통공사(옛 서울도시철도공사)와의 연장계약 갈등으로 갑작스럽게 수십개 매장을 동시에 철수한 2015년을 빼더라도 지난해와 올해 모두 점포수가 줄었다. 네이처리퍼블릭도 2015년 778개였던 매장수가 2년 연속 감소해 올해 714개로 집계됐다.

"구조조정 시작됐다"…문닫는 화장품 브랜드숍
올해는 브랜드숍 업계의 매장 구조조정이 더 확산됐다. 지난해에는 국내 상위 10개 브랜드숍 가운데 3개의 매장수가 감소했지만, 올해는 7개 브랜드숍의 매장수가 감소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미 앞서 2013년 600개였던 매장수를 2015년 425개까지 줄이는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한 에뛰드하우스를 제외하면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한국화장품 더샘 2곳만 증가세를 유지한 셈이다.

이처럼 화장품 브랜드숍 매장수가 감소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 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어서다. 업체들의 잇단 세일 경쟁이 출혈 마케팅으로 번지면서 소비자 피로감이 커지고 점포당 매출이 계속 추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가 갈수록 매출 뿐 아니라 수익이 줄면서 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점포 문을 닫는 가맹점이 늘고 있다"며 "본사가 문 닫은 가맹점을 직영점이나 편집숍 등으로 전환하는데도 한계가 있어 전체 점포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장품 유통 트렌드 변화로 단일 브랜드 제품만 판매하는 브랜드숍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 브랜드숍 매장수가 감소한 반면 올리브영·왓슨스·롭스 등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헬스&뷰티(H&B) 스토어가 급증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올리브영은 2015년 552개에서 올해 950개로 2년새 7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왓슨스 매장수는 113개에서 183개로, 롭스는 53개에서 94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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