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저축은행 사외이사 강화 적극적…국내사는 마지못해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7.12.15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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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대형저축은행 이사회 구성 조사해보니…일부 저축은행 요건 맞추는데 '급급'

외국계 저축은행이 국내 저축은행보다 이사회를 전문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국내 저축은행들은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금융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업종 종사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거나 사내이사를 줄여 사외이사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높여 규정을 맞추는 등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외국계 저축은행 사외이사 강화 적극적…국내사는 마지못해


14일 머니투데이가 저축은행 자산규모 상위 10곳(SBI·OK·한국투자·HK·JT친애·OSB·유진·웰컴·모아·페퍼저축은행)의 지난해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와 지난 3분기 경영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사회는 평균 7.1명으로 구성되고 이중 사외이사는 4.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외국계 저축은행 5곳(SBI·HK·JT친애·OSB·페퍼저축은행)은 사외이사가 평균 5.2명인 반면 국내 저축은행 5곳(OK·한국투자·유진·웰컴·모아저축은행)은 3.4명으로 사외이사 수가 적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부터 저축은행의 건전한 지배구조 정착을 위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자산 7000억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은 이사회 구성시 사외이사를 3인 이상 두고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 이상으로 선임해야 한다. 사외이사 중 1명 이상은 회계·재무전문가를 발탁해야 한다.

2011년에 불거졌던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대주주에 대한 견제장치 미흡이 꼽히는 만큼 사외이사 비중을 높여 대주주의 이해관계와 독립적으로 투명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형 저축은행 10곳 모두 법을 위반한 곳은 없지만 국내 저축은행들은 지배구조법의 취지보다 숫자 규정을 맞추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자산규모 2위인 OK저축은행은 사내이사를 줄이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법 규정을 맞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까지 최윤 회장, 정길호 대표, 송인석 전무 등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해 사외이사가 과반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맞추지 못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1월 송 전무가 퇴임하면서 사내이사가 3명에서 2명으로 줄었지만 후속 사내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이사회 구성원을 다섯 명으로 줄여 규정을 맞췄다. 사외이사를 새로 뽑기보다는 사내이사를 줄여 규정을 맞춘 셈이다. 한국투자·유진저축은행(옛 현대저축은행) 등도 사외이사 3명에 사내이사 2명으로 이사회를 꾸리고 있다.

이와 달리 호주계인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까지 사외이사 3명, 사내이사 3명으로 OK저축은행과 같은 입장이었지만 올 들어 2명의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해 이사회 인원을 8명으로 늘려 과반 규정을 맞췄다. 일본계인 SBI저축은행과 OSB저축은행은 전체 이사회 구성원 10명 중 사외이사가 6명으로 국내 저축은행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OSB저축은행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소액주주가 추천한 2명의 사외이사도 참여하고 있다.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는 게 원칙이지만 사외이사 가운데 선임사외이사를 별도로 임명하면 사외이사가 아닌 등기이사가 의장직을 맡을 수 있다.

이 같은 예외조항을 통해 국내의 한국투자·유진·웰컴·모아와 외국계인 JT친애·페퍼저축은행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는 물러났지만 기타비상무이사로 남아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국회의원 출신이나 전직 차관 등 금융업 경력이 없는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돼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법의 취지인 이사회의 독립적 운영에 부합하기보다 인원 규정을 맞추는데 급급한 모습이 보인다”며 “일부 저축은행 중에는 지배구조법 규제를 받지 않기 위해 자산을 더 이상 늘리지 않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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