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EU에 백기 든 정부, '조세회피처 논란' 없앤다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세종=유영호 기자 2017.12.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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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부처 회의 거쳐 '투자제도 개선방안' 마련…내년 2월 EU에 전달

[단독]EU에 백기 든 정부, '조세회피처 논란' 없앤다


정부가 기술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기여도가 높은 기업에 외국인과 내국인 차별없이 법인·소득세 등 조세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특히 연구개발(R&D)·신산업·수출중소기업 등 전략적 육성기업은 우대한다.
☞11월27일 1면 ‘[단독]자유무역·경자구역 통폐합… 국내기업도 조세감면’ 참조

10일 더불어민주당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정부는 유럽연합(EU)이 한국을 조세분야의 '비협조적 지역'으로 지정하자 부랴부랴 지난 8일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투자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내년 초까지 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해 같은 해 2월로 예정된 EU재무장관회의에 이를 전달한다. 결과적으론 정부가 EU의 요구를 바로 수용하는 모습이 됐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가 관계부처 회의에서 마련한 투자제도 개편 방향을 청와대에서 열린 협의회에 보고했다”며 “내년 2월까지 확정해 EU 측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외국인투자기업에 한정했던 조세 감면 혜택을 국내기업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외국인투자지역·자유무역지역·경제자유구역 등 경제특구에 일정규모 이상 투자한 외투기업를 대상으로 5~7년간 법인·소득세 감면, 관세 면제, 임대료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국내 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 혜택으로 경제특구로의 투자 쏠림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R&D·신산업·수출중소기업 등 전략 산업 및 기업을 각 특구별로 지정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내외국기업에 대한 차별을 없앤다고 해서 모든 기업에 조세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은 원칙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맞지 않다”며 “혜택을 줄 상당한 사유가 있는 카테고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제도개선 방안을 순차적으로 준비해왔지만 최근 좀 더 속도를 내고 있다. EU가 지난 6일(현지시각) 한국을 포함한 17개국을 조세 '비협조적 국가'로 지정하면서 국내 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EU는 블랙리스트에 한국을 올리면서 ‘2018년 말까지 외국인투자제도 개선을 약속하라’고 요청했다.


EU 조세회피보고서는 내년 상반기 갱신이 이뤄질 예정인데, 정부는 이번 개선안이 반영되면 '비협조적 국가'에서 제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대응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파나마는 EU 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력하게 항의했다. 한국은 지금까지 유감 표명 정도만 했다.



특히 정부는 2000년대 초반에도 이탈리아가 한국을 '조세특례국'으로 지정한 사실을 몇 년이 지난 다음에야 파악했다. 미흡한 대응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투자제도 개선방안도 EU의 지정결과를 받아보고서야 급하게 손보는 모습이다.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현재 EU 측과 해결책을 협의하고 있다"며 "조기해결을 위해 관계부처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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