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잔치’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미국 유대인들도 덩달아 바빠진다. 유대인 명절 하누카(Hanukkah)가 있기 때문이다. 유대력을 따르는 하누카는 보통 크리스마스보다 일주일 가량 빠르다. 올해 하누카는 12일부터 시작된다. 8일간 아홉 개 가지를 가진 촛대에 불을 밝힌다.
올 하누카에 유대인들이 화제에 올린 영웅은 아마도 마카바이오스가 아니라 ‘유대인의 장인’(father-in-law)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일 것이다. 무려 2200여년 만에 다시금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로 ‘봉헌’한 주인공 아닌가.
하지만 벌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시위대간 유혈충돌이 벌어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트럼프의 정책결정이 국가 차원의 원칙이나 일관된 전략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과 개인적 호불호에 좌우되면서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고립시키고 있다는 미국 내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다.
지난달 방한시 트럼프의 일화는 그런 맥락에서 곱씹어 볼만하다. 전용헬기 '마린원'을 타고 계획에 없던 비무장지대(DMZ) 방문에 나섰던 트럼트. 기상악화로 30분간 상공을 돌다 회항했던 트럼프의 눈을 들어온 건 수 많은 공장들이었다. 그는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엄청난 것을 목격했다. 공장이 엄청 많다. 이 공장을 미국에 세우면 안 되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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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달 2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트럼프는 대북전략에 ‘변화는 없다’고 잘라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전략자산들은 한반도에 잇따라 전개되고 있다. 또 공화당 강경파 의원은 주한미군가족 철수론을 주장했다.
여전히 대화의 물꼬는 열리지 않고 위기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불확실성을 다시금 보여준 예루살렘 봉헌이라는 먼 나라 이슈를 예사롭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그런 불안감 속에 한반도는 또 한 해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