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 美 라이센스 취득후 해고…현지서 소송 제기 "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이태성 기자 2017.12.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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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황현철 전 미래에셋대우 미국법인 PBS사업 대표

"미래에셋대우, 美 라이센스 취득후 해고…현지서 소송 제기 "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자 아무런 예고도 없이 곧바로 해고 통보를 했습니다. 이후 제가 구축해 놓은 조직과 인력으로 버젓이 영업하고 있죠.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갑질과 다를 바 없습니다."

황현철 전 미래에셋대우 미국 현지법인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 사업 부문 대표(사진·50)는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가 대기업의 갑질을 답습하고 있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PBS는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증권대차와 신용공여, 담보관리,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미국 증권사의 핵심업무다.

황 전 대표는 지난해부터 1년여간 사업준비를 총괄하다 지난 2월 미국 금융산업규제당국(FINRA)에서 PBS 사업 라이센스 인가를 받은 지 보름 만에 미래에셋대우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계약기간이 4년 이상 남아있던 상태였다.



황 전 대표는 미국 뉴욕주립대 응용수학 박사를 취득한 뒤 경원대학교 수학정보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미국 시티그룹과 한국 알리안츠자산운용 등에서 컨설턴트와 임원을 역임한 금융 전문가다.

2012년부터 미국에서 헤지펀드 운용사를 운영하던 그는 지난해 초 국내 금융사가 PBS를 통해 미국에 진출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 2015년부터 국내 증권사에 PBS 사업을 제안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초 미래에셋대우(당시 KDB대우증권)가 제안에 관심을 보였다. "당시 미국 시장 진출에 공 들이던 미래에셋대우가 다른 회사와 접촉하지 말고 자신들에게 기회를 달라고 했습니다."


미래에셋대우는 황 전 대표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했다. 이에 황 전 대표는 금융경력 20년 이상의 미국인 직원 15명, 5개 팀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지난해 6월 5년간 미래에셋대우와 고용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미국 PBS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인가까지 받았는데 인가 직후 해고된 것이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황 씨의 주 업무는 PBS 관련 현지 인력 셋팅이었고, 지난해 6월 정식 채용 이후 회사 및 직원들과 신뢰관계를 훼손하는 행위가 반복돼 현지 로펌 자문을 받아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황 전 대표는 "계약 해지 전까지 어떤 문제도 발생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미래 측의 일방적 해고 통보는 '문제 발생시 수정 기간을 준다'는 고용계약서 조항에도 위배 된다고 밝혔다. "만약 나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계약서에 있는 대로 사전에 경고하거나 그 문제를 시정하라는 언급이 있었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황 전 대표에게 지급할 막대한 금액의 성과보수가 부담돼 PBS라이센스를 따낸 후 '토사구팽'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황 전 대표는 미래에셋대우의 일방적 해고 조치가 한국 금융사에 대한 미국 현지 평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미 한인 금융인들에게 이번 일이 알려져 한국 금융사와 앞으로 어떻게 일하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그는 지난 4월 미국에서 자신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로펌 8곳에서 미래에셋대우 측 조치가 명백한 부당해고라는 법률자문도 받았다고 한다. 황 전 대표는 "확정판결이 나오려면 최소 4년 이상 걸리는 등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소송 진행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편 황 전 대표는 한국 금융사들이 좀 더 멀리 보고 사업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술과 규제 변화로 글로벌 금융산업에 지각변동이 생기고 있는 현 시점이 국내 금융이 세계로 진출할 절호의 기회"라면서 "국내 금융사들이 세계화 과정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준수하고 현지 인재를 포용할 수 있는 조직과 성과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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