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GM 캐나다 잉거솔 공장 '남의 일' 아니다"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17.12.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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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퀴녹스' 물량 보전까지 위협받아…준중형 SUV '터레인'은 멕시코공장으로 물량 뺏겨 600명 실업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GM(제너럴모터스) '잉거솔 공장'의 파업 사례가 국내 군산 공장의 현실에 비춰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공장의 사례가 "노조가 원래 생산하던 모델의 물량 증대만 고집하다가 일감을 뺏긴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자동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올해 중형 SUV '에퀴녹스' 물량 보전을 위해 투쟁해온 잉거솔 공장의 노조는 4주간 파업 결과 에퀴녹스 물량을 아예 뺏길 뻔했다. 준중형 SUV GMC 테레인의 물량은 이미 멕시코 공장으로 넘어가 공장 전체 생산직 근로자 2800명 중 6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잉거솔 공장은 에퀴녹스와 GMC 테레인을 주로 생산한다. 노조는 멕시코 공장으로 에퀴녹스 생산 일부를 옮기려던 사측의 요구와 상관없이 원래 생산하던 만큼의 에퀴녹스 물량을 고집했다. GM은 멕시코 공장에서도 에퀴녹스를 생산하고 있다.

당초 잉거솔 공장 노조는 "에퀴녹스 생산의 최대 거점 공장이 되도록 해달라. 에퀴녹스 수요가 늘어나면 우리 공장이 가장 먼저 추가 물량을 맡아 생산하고, 수요가 줄어들면 멕시코 공장에서 먼저 생산량을 줄이게 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했으나, GM 본사는 이 같은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사측은 "파업이 계속되면 에퀴녹스 물량을 멕시코 공장으로 넘기겠다"고 노조를 협박하기도 했다고 캐나다 현지 언론 BNN은 전했다.

노조의 물량 보장 요구 대신 회사 측은 임금 인상 부분에 일정부분 합의했다. 노사는 △연간 2% 임금 인상 △4년간 매년 2000캐나다달러, 총 8000캐나다달러(약 683만원)의 보너스에 합의했다. 이밖에 이번 임금협상 합의금으로 각 근로자가 6000캐나다달러(약 512만원)를 받게 된다. 생산직 근로자의 시급은 현행 34.74캐나다달러(2만9660원)에서 2020년 9월까지 36.12캐나다달러(3만838원)로 오를 전망이다.

군산 공장 역시 노조가 '크루즈' 생산을 고집한 사례다. 준중형 세단 '크루즈'와 레저용 차량 '올란도'를 주로 생산하는 군산 공장은 본사를 설득해 신형 크루즈 생산 물량을 받았으나 결과는 참담하다.


'가격 대비 가치'를 중시하는 한국 시장에서 크루즈의 판매량이 아반떼 대비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11월 국내 시장에서 아반떼는 7183대, 크루즈는 821대가 판매됐다. 현재 군산 공장 가동률은 20%대로 떨어져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시장의 수요에 따라 사측이 생산 물량을 배정하는 것인데, '기존 생산하던 모델의 후속 모델 생산분을 받는 것이 아니면 죽는다'는 식의 노조 생각 때문에 결국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올해 노조와의 임금협상을 아직 마무리 짓지 못했다. 부평·창원 공장에서는 비정규직의 파업 문제도 있다. 한국GM은 판매 부진에 따라 이들 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했던 4개 공정에 대해 도급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이에 반발,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파업을 진행 중이다.

노조가 원래 하던 차종 생산을 고집한다는 사측의 주장과 관련,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4년전에 노조가 오히려 SUV 라인을 달라고 했는데, 사측은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며 “지금 에퀴녹스 생산 물량을 달라고 하듯이 항상 노조는 물량과 신차종 라인을 요구해왔는데 사측이 오히려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인원을 축소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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