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검찰 수사권 폐지, 영장 조항 개헌 추진' 선언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2017.12.07 14:06
글자크기

경찰, 개혁위 권고안 수용해 내년 형소법 개정·검사 영장독점조항 개헌 추진 공식화

경찰 '검찰 수사권 폐지, 영장 조항 개헌 추진' 선언


경찰이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이 영장청구를 포함한 수사 권한을 갖는 방향으로 형사사법체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을 명시한 헌법 규정의 개정을 핵심 추진안으로 꼽았다.

그간 주장했던 '수사권(경찰)과 기소권(검찰) 분리' 방안을 공식 추진하는 것이다.



경찰청은 7일 민간자문단인 경찰개혁위원회의 이 같은 수사구조개혁 권고안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개혁위는 국민 인권보호를 위해 경찰과 검찰이 상호 견제하는 수사구조를 만드는 데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을 해소하는 게 필수 조치라고 설명했다.

개혁위는 검찰이 기소권은 물론 수사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형집행권 등 권한을 독점하는 현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과도한 권한 부여로 검찰이 외부 견제와 통제가 없는 성역이 돼 정치적 표적수사, 별건 압박수사, 무리한 기소권 남용, 전관예우 등 폐해를 낳았다는 비판이다.



우선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체계부터 바꿔야 한다고 개혁위는 주장했다. 경찰이 증거 확보를 위해 필요한 압수수색영장조차도 검찰이 좌지우지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현직 검사가 수사대상이 되거나 검찰 출신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 등에서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정당한 사유 없이 법원에 청구하지 않아 수사를 방해한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점을 비판했다.

개혁위는 '누구에게, 어떤 종류의 영장을 청구하게 할 것인가'는 입법사항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권고안에 담았다. 헌법상 영장주의 본질은 체포·구속·압수 등 강제수사 필요성을 수사기관이 아닌 독립된 법관이 판단토록 해 인권을 보장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혁위원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장청구권 행사방법은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세밀히 논의해야 한다"며 "영장도 그 대상에 따라 대인, 대물로 나눌 수 있는데 경우에 따라 경찰이 전면적으로 청구권을 행사할지 일부 검찰 통제권을 인정할지 등은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헌법에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규정(제12조 제3항, 제16조)을 개정하고 개헌 전이라도 검사의 부당한 영장불청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개혁위 권고안이다.

또 형소법 개정으로 검찰의 수사지휘권과 직접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만 담당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기소권과 보완수사요청권으로 경찰 수사를 통제하고 경찰관 범죄에 한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인정하는 보완책을 내놓았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피고인이 인정하는 조건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토록 개선할 것도 권고했다. 이는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요건과 같다. 조서재판의 폐해를 극복하고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개선안이다.

한편 경찰과 개혁위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서는 수사구조개혁의 핵심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공수처 설치는 수사·기소 분리와 함께 진행할 수는 있지만 상호 조건이 되는 관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민갑룡 경찰청 기획조정관은 "공수처와 수사구조개혁은 수사기관 다원화 측면에서 봐야한다"며 "특별사법경찰제도 있고 다양한 수사기관이 각기 역량을 높여 수사를 진행하면 검찰은 이것을 받아 기소하는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같은 개혁위 권고안을 수용해 국회에 계류 중인 형소법 개정안과 정부 중심 개혁법안을 검토한 뒤 최종 조정안을 내년 1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 형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아울러 개헌이 진행되면 검사 독점적 영장청구권 삭제를 경찰청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법무·검찰개혁위에서도 관련 입장이 나올 텐데 열린 자세로 최대한 속도를 내 협의하겠다"며 "상호 존중하며 시대정신을 담은 형사사법제도를 만드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