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등 7개 전선업체 또 담합… 2년간 4번째 적발 왜?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2017.12.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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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리 세우고 물량 나눠먹기, 과징금 161억·검찰고발… 대기업 과점 전선시장, 담합 유혹에 취약

공정위 세종청사 전경공정위 세종청사 전경


민간기업이 발주한 고압전선 입찰에서 수십차례 담합을 한 전선업체들이 또 무더기로 적발돼 16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최근 2년새 유사한 담합 행위로 전선업계에 내려진 4번째 제재다.



때문에 전선업계에선 동일한 시점에 발생한 업계 담합사건을 시차를 두고 제재하는 탓에 '담합을 일삼는 업계'로 낙인을 찍히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담합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전선산업의 영업환경과 산업적 특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총 37건 민간 고압전선 구매입찰 '짬짜미' 적발=공정거래위원회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개 민간 기업이 고압 전선 등의 구매를 위해 실시한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7개 전선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60억6000만원을 부과키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대한전선 27억5500만원 △넥상스코리아 27억2500만원 △LS전선 25억200만원 △가온전선 24억5800만원 △대원전선 23억5200만원 △서울전선 17억3800만원 △일진전기 15억3000만원 등이다. 아울러 담합에 가담한 7개 업체 모두를 검찰에 고발했다.

적발된 업체는 대한전선 (10,410원 ▲160 +1.56%), LS전선, 가온전선 (28,950원 ▲50 +0.17%), 넥상스코리아, 대원전선 (1,464원 ▲22 +1.53%), 서울전선, 일진전기 (20,150원 ▼300 -1.47%) 등 7개 업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최저가 낙찰제에 따른 저가 수주를 방지하고, 생산·판매 물량을 서로 균등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담합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2011년 1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현대건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 3개 민간기업이 발주한 총 37건의 고압 전선 등의 구매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낙찰받을 업체, 들러리 업체, 투찰 가격 및 낙찰된 물량의 배분을 합의했다.


이후 낙찰받을 업체로부터 전달받은 가격대로 투찰하는 등 합의된 내용대로 실행했다. 하지만 전선의 원자재인 구리 가격의 상승 등으로 인해 들러리 업체가 물량을 배분받기를 거절하는 경우에는 물량 배분이 이행되지 않기도 했다. 담합을 통해 따낸 계약금액 합계는 총 95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7개 전선 제조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60억 6000만 원을 부과하고 사업자 모두를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2년새 전선업계 담합 적발 4차례 왜?=공정위는 최근 2년새 총 4차례 전선업계 담합사건을 적발해 제재했다. 2010년 이후로 범위를 넓히면 총 8차례에 달한다.

최근 2년간 적발한 사건은 2015년 한국도시철도공단 발주 전선 입찰담합, 2016년 KT발주 케이블 입찰 담합, 올 1월 GS건설 발주 전력용 케이블 입찰 담합 등이다. LS전선, 대한전선, 가온전선 업계 1~3위 업체가 이들 사건에 모두 연루됐다.

공정위 제재 시점만 보면 담합행위로 적발된 업체가 또 담합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특정 시점(2011~2013년)에 벌어진 전선업계 담합을 공정위가 발주처별로 나눠 조사하고 제재한 데 따른 착시다. 업계에서 "시차를 두고 매년 발표하니까 여러 번 낙인 찍힌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사업 발주처와 사건 제보자, 조사 시점 등이 달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배영수 카르텔조사국장은 "담합을 인지하는 시점이 달랐기 때문에 제재 시점이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선 전선산업의 특성상 담합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 1~3위 업체와 20여개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전선산업은 가격 결정력을 지닌 대기업 중심으로 구성된 사실상 과점 시장이다.

대부분의 발주처들이 최저가 입찰제를 적용하고 있는 탓에 가격을 낮게 써내는 곳이 유리할 수밖에 없어 출혈경쟁이 벌어진다. 특히 민간영역에서는 입찰 참여업체를 일부 대기업으로 제한하기도 하다보니 입찰 참여 기회가 없는 중소기업들의 담합에 참여해 물량을 나눠받기도 한다. 이처럼 열악한 영업환경 탓에 업계 평균영업이익률은 1% 안팎에 불과하다.

배 국장은 "발주 물량자체가 많지 않고 시점도 비정기적이다보니 수주에 실패하면 생산설비 가동을 멈춰야 하고, 과도하게 수주를 하면 납기를 맞추지 못할 수도 있어 담합을 통해 물량을 나누려는 유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영업환경이 열악하다보니 담합의 유혹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대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입찰제도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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