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에 헤지펀드 투자? 개미엔 '그림의 펀드'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한은정 기자 2017.12.0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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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전성시대 2]사모재간접 공모펀드 출시 운용사, 단 1곳에 불과해

#사모펀드에 1000만~2000만원씩 투자해 높은 수익을 내던 A씨는 2년 전부터 사모펀드에 아예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사모펀드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A씨는 최근 여러 개의 사모펀드를 분산투자한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가 출시됐다는 소식에 바로 1000만원을 투자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 불리는 헤지펀드는 진입 장벽이 높아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 졌지만 소액투자자들도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해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가 허용됐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이 펀드를 출시한 자산운용사가 아직 1곳에 불과해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9월 '스마트헤지펀드셀렉션 혼합자산 펀드'를 출시해 두 달여 만에 188억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헤지펀드는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이고 펀드당 가입인원도 49명으로 제한돼 기관이나 고액자산가들이 주로 가입했다. 상당수 헤지펀드는 2억~10억원 이상을 최소 가입금액으로 규정해 일반 투자자들은 사실상 가입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는 최소 가입금액이 500만원으로 낮아 소액으로도 헤지펀드 투자가 가능하다.



헤지펀드가 자산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최근 몇 년 간 지속된 박스권 장세뿐 아니라 올해 강세장에서도 공모 주식형 펀드보다 높은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트리니티자산운용의 헤지펀드는 110%가 넘는 폭발적인 수익률을 기록했고 디에스자산운용, 타이거자산운용, 제이앤제이자산운용도 30~50% 수준의 고수익을 거뒀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가입하는 공모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경우 올 들어 평균 수익률이 18.91%(한국펀드평가, 5일 기준)로 코스피 상승률(24%)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평균 -3.70%로 많은 펀드가 손실을 냈다.


미래에셋 스마트헤지펀드셀렉션 혼합자산 펀드의 경우 안정적인 헤지펀드로 알려진 '미래에셋스마트Q토탈리턴', '파인밸류IPO플러스', '라임새턴', '안다 플래닛', '제이앤제이파트너알파' 헤지펀드 등을 편입했다.

이들 대부분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멀티스트래티지 전략으로 수익률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500만원에 헤지펀드 투자? 개미엔 '그림의 펀드'


이 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4.84%로 같은 기간 액티브 주식형 펀드 수익률 4.51%를 소폭 앞질렀다. 헤지펀드를 편입하는 펀드 특성상 매수와 환매는 월 2회 특정일에만 가능한데 설정액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사모 재간접 펀드는 당장 큰 뭉칫돈이 들어오는 펀드가 아니고 헤지펀드 편입 요건, 성과보수, 환매 등 기술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자산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는 한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을 20%로 제한해 최소 5개 이상의 헤지펀드를 편입해야 한다. 여기에 각 헤지펀드 운용사마다 성과보수나 환매 시기 등이 다르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외에 최근 KB자산운용이 관련 펀드 출시를 고려하다가 연기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올 연말 가입자까지만 혜택을 주는 비과세 해외펀드와 TDF(타겟데이트펀드) 위주로 마케팅 하고 있다"며 "사모 재간접 펀드를 급하게 출시하기 보다는 헤지펀드들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본 후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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