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은행장 후보 최병길, 중징계 이력 변수될까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7.11.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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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생명 해외투자 부실로 2010년 '문책적 경고'…"3회 연속 상업은행 출신 행장 쉽지 않을 것" 관측도

우리은행장 후보 최종 면접 대상자로 결정된 최병길 삼표시멘트 대표가 과거 해외투자 부실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징계에 따른 금융권 취업제한 기간은 지난 상태지만 징계 이력이 행장 선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최병길 삼표시멘트 대표최병길 삼표시멘트 대표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은행 글로벌부문 부문장과 함께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면접 대상에 포함된 최 대표는 2010년에 금호생명(현 KDB생명)의 해외 투자 부실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적 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다.



최 대표는 2004년 우리은행 부행장을 끝으로 은행권을 떠나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금호생명에서 부사장과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호생명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해외 파생상품과 유가증권, 부동산펀드 등에 약 8000억원을 투자했고 2009년 6월 기준으로 약 2800억원의 손실(평가손실 포함)을 냈다.



막대한 손실로 금호생명의 RBC(보험금 지급여력) 비율은 한때 3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TBC 비율이 30%라면 자본 여력이 전체 보험금의 30%밖에 지급할 여력이 안 된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RBC 비율을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100% 밑으로 하락하면 적기시정조치를 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에 금호생명 해외 투자 부실의 책임을 물어 2010년에 최 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사장에게 문책적 경고를 내렸다. 문책적 경고를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향후 3년간 연임이 제한되고 다른 금융회사의 임원도 될 수 없다.

최 대표는 제재를 받은지 3년이 지났기 때문에 징계 이력이 우리은행장 선임에 결격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도 이같은 징계 이력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그럼에도 임추위가 9명의 후보들 중 투자 손실로 중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는 최 대표를 최종 면접 대상자에 올린 배경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최 대표는 과거 우리은행장 후보로도 거론됐지만 우리은행을 떠난지 10년이 넘는데다 나이(1953년생)도 다른 은행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령에 속한다.

최 대표가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대구상고 동기라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는 "김병준 전 실장과 지금 정부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김 전 실장과 인연은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며 "최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선거 캠프에도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위기에 처했을 때 총리로 지명됐다 야당의 반발로 철회됐다.

최 대표를 아는 금융권 인사들은 그의 업무능력에 대해선 높이 평가했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에서 경영혁신팀을 이끄는 등 조직 혁신 등에서 역량이 뛰어났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은행을 떠나서도 자력으로 여러 곳에서 CEO(최고경영자)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영능력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은행 출신인 손 부문장이 차기 행장 후보로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상업은행 출신들 중 행장 후보로 나설만한 사람이 거의 없어 상업은행 출신인 최 대표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업은행 출신인 이동빈 전 부행장은 최근 수협은행장에 선출됐고 황록 전 우리금융 부사장은 지난해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 취임했다.

금융권에선 최 대표가 상업은행 출신이란 점 때문에 최종 후보에 오를 수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실제 우리은행장에 선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우리은행은 전통적으로 두 은행 출신들이 번갈아 가며 은행장을 맡아 왔다. 하지만 이순우 전 행장에 이어 이광구 행장까지 최근 2회 연속 상업은행 출신이 행장을 맡으면서 내부 한일은행 출신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는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이광구 행장의 사퇴로까지 이어진 특혜채용 의혹도 이같은 내부 갈등에 따른 고발에서 촉발됐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조직 혁신에 적임자라고 해도 우리은행이 내부 갈등과 특혜채용 의혹, 행장의 갑작스러은 사태 등으로 혼란한 상황에 이사회가 3번 연속 상업은행 출신을 은행장으로 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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