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 은폐' 의혹 일파만파… "김영춘 장관 20일 첫 보고 받았다"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2017.11.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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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1차조사 결과 브리핑 "17일 유골 발견했지만 미수습자 가족들 충격 우려 삼우제 이후로 통보 미뤄"

'유골 은폐' 의혹 일파만파… "김영춘 장관 20일 첫 보고 받았다"


해양수산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가 지난 17일 손목뼈 한 점을 수습하고도 5일 동안 유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아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영춘 장관은 20일 수습본부 관계자들로부터 사건 전모에 대한 첫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춘 해수부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철조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장, 김현태 부본부장 등 관계공무원 5명에 대한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김 장관은 "세월호 수습 주무장관으로서 미수습자 가족분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며 "추가조사를 통해 모든 사실을 국민들께 보고드리는 한편 책임져야 할 사람에 대해서는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철조 본부장으로부터 지난 20일 오후 유골 수습 사실을 보고 받은 직후 선체조사위원회와 미수습자 가족 등께 이같은 사실을 즉각 알리라고 지시했다"며 "잘 처리될 줄 알았지만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것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불찰"이라고 밝혔다.



해수부가 실시한 1차조사 결과를 보면, 세월호 선체 야적장 ‘가’ 구역에 모아두었던 지장물(객실 천장, 바닥재 등 혼재물)을 분류·세척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가 발견된 건 지난 17일 오전 11시 20분쯤이다. 발견자는 코리아살배지 소속 작업자 박모씨(60·여) 였다. 이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백모 원사와 현장수습본부 수습팀장 지모 사무관이 이를 확인했고, 계통을 거쳐 김현태 부본부장, 이철조 본부장에게 각각 보고됐다.

김 부본부장 등 수습본부 관계자들은 하루 뒤인 18일 예정된 5명의 미수습자 합동 추모식을 앞두고 이를 알렸을 경우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 이를 가족들에게 알리지 말 것을 결정했다.

김 부본부장은 현장수습반에 유골 발굴사실을 비공개토록 지시했고, 관련 내용에 관한 사항을 이철조 본부장과 사전 협의했다. 이들은 18일 전남 목포 신항 합동추모식에 참석한 김영춘 장관에게도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관계 공무원들이 유골을 발견한 사실을 왜 장관인 나한테도 보고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답답해 했다.


이철조 본부장은 이와 관련 “추모행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날씨도 좋지 않았고, 행사장 시설물에 대한 점검 등 정신이 하나도 없어 미처 장관께 보고드리는 것을 챙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선체 내에서 유골이 발견됐지만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결국 이같은 사실을 모른 채 합동 추모식을 치르고 3년 반을 머물러 온 목포 신항을 떠났다. 김현태 부본부장은 3일장으로 치러진 미수습자 가족들의 장례 절차가 완전히 끝나고 난 하루 뒤인 21일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에게 손목뼈 추가 수습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은 사실을 접한 뒤 “공무원들의 안일한 대응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국민과 유가족께 한 점 의혹없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해수부장관도 사과문을 내고 “물의를 빚은 해당 책임자를 보직 해임한 뒤 본부 대기조치 하는 한편 감사관실을 통해 관련 조처가 지연된 부분에 대해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3일 오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미수습자의 완전한 수습은, 가족은 물론 국민 모두의 간절한 염원이었다”며 “유골 은폐는 그런 가족과 국민께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안겨드렸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해수부는 이날 1차 조사에 이어 관련자들의 구체적인 위법 부당행위, 고의성 여부 등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영춘 해수부장관은 "이번 사건으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분들과 유가족분들,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 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 뒤 임명권자와 국민 뜻에 따라 진퇴를 결정하겠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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