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0원↓-車 매출 4200억↓… 車·조선 '빨간불'

머니투데이 산업1부, 정리=임동욱 기자 2017.11.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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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수출 비중 높은 한국 주력산업 '換리스크' 높아져, 외화부채 많은 항공업계는 '반색'

 23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환율이 전일보다 3.7원 하락한 1085.4원을 나타내고 있다. 2017.11.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3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환율이 전일보다 3.7원 하락한 1085.4원을 나타내고 있다. 2017.11.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화 가치가 최근 초강세를 보이면서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단기적 환율 변동이 실적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지만,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업계는 최근 원화 강세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차 업계의 매출은 42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차 (249,500원 ▼500 -0.20%)기아차 (118,200원 ▲1,600 +1.37%)는 환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달러화 외에 결제 통화 다변화와 현지 생산 확대 등을 통해 환율 하락 움직임에 긴밀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조선업계는 수출 비중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원화 강세가 반갑지 않다. 대금 결제가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달러당 얻을 수 있는 원화가 그만큼 적어지고, 이는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시황이 좋을 땐 조선사들이 발주처에 원화강세를 이유로 선가를 인상할 수 있었지만, 일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이마저 여의치 않다.



반면 철강업계는 원재료 수입 비중이 커 환율 하락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철광석 등 철강 원재료 수입가격이 내려가는 만큼 가격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 하락이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엔 철강제품 가격에 대한 인하 요구에 이익 증가 효과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항공업계도 원화강세를 반긴다. 항공사 특성상 달러로 결제해야 할 항공기 임대료, 유류비와 관련 외화부채가 많은데,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비용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과 GS칼텍스, LG화학 (373,500원 ▲500 +0.13%), 롯데케미칼 (100,000원 ▼400 -0.40%) 등 정유화학 업계는 원화가치 상승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분위기다. 원료의 대부분을 가져오는 동시에 제품 70% 가량을 수출하는 구조상 원료 구입 비용 절감과 수출 부문 수익 저하 효과가 서로 상쇄된다는 것이 업계 대체적 반응이다.


전자업계도 환율의 단기적인 변동이 당장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해외 현지생산 기지 구축 등 평소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비하고 있다"며 "결제 통화(미국 달러,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가 모두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환율 변화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는 환위험 최소화를 위해 수출입 등 경상거래 및 자금거래 시 현지통화로 거래하거나 입금 및 지출 통화를 일치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주요 기업들의 분기보고서를 기준으로 환율변동이 법인세차감전순이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기업들은 외화자산 및 부채 상황에 따라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약 81억 달러 규모의 순외화부채가 있는 대한항공은 환율 10원 변동 시 약 81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대한항공은 약 810억원의 평가이익이 생긴다는 의미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10% 상승할 경우 LG전자는 327억원의 환손실이 발생하고,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는 3322억원의 부정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본다.

단 이같은 수치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매출이나 이익이 아닌 기업이 보유한 화폐성 외화자산 및 부채에 대한 것으로, 환율변동이 기업 전체 실적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과는 차이가 있다.

한편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3.7원 내린 1085.4원에 마감했다. 2015년 5월6일(1080원)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저치다. 원/달러 환율은 9월말부터 지금까지 60원 가량 떨어졌다. 두 달간 원화가 달러화 대비 약 5% 절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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