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에현 욧카이치에 위치한 전자업체 도시바의 반도체 공장 모습. /AFPBBNews=뉴스1](https://thumb.mt.co.kr/06/2017/11/2017112110214255607_1.jpg/dims/optimize/)
◇ 도시바, 상장 폐지 위기 넘겨…WD와의 법적 분쟁에도 유리
이번 증자는 도시바가 상장폐지 우려를 없애기 위해 진행했다. 핵심 부문 가운데 하나인 반도체 사업부인 도시바메모리를 베인캐피털, 애플, SK하이닉스 (236,000원 ▲6,000 +2.61%) 등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매각 완료 시기가 늦춰질 우려가 나오면서 증자가 추진됐다.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서는 내년 3월까지 채무 초과를 해소해야 한다.
도시바는 애초 내년 3월에 끝나는 올 회계연도에 7500억 엔의 손실이 예상됐지만 이번 증자로 최소 수백억 엔의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증자로 마련한 자금을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 보증채무 일괄 상환에 사용하면 2400억 엔 이상의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도시바는 이번 증자로 웨스턴디지털(WD)과의 법적 분쟁도 유리하게 끌고 가게 됐다. 내년 3월 말까지 도시바메모리 매각 없이도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WD에 미에현 욧카이치 반도체 공장의 제6 제조시설에 공동으로 투자하는 대신, 국제중재재판소에 제기한 도시바메모리 매각 금지 소송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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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비즈는 "도시바가 증자로 상장 폐지 우려가 없어지면서 WD가 화해에 응하도록 더 많은 압력을 가할 수 있게 됐다"면서 "다만 양측이 그동안 팽팽하게 맞서왔던 만큼 쉽게 화해할지는 예측 불가"라고 전했다.
![지난 8월 10일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이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88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https://thumb.mt.co.kr/06/2017/11/2017112110214255607_2.jpg/dims/optimize/)
도시바 내부에서는 증자 성공에 안도하면서도 대부분의 투자자가 경영 간섭이 심한 행동주의 펀드라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번 증자에 참여한 투자자 중에는 이익 극대화를 위해 기업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는 행동주의펀드가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며 '표 대결'까지 벌였던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대표적이다. 자수성가형 억만장자인 톰 스테이어가 창업한 파랄론, 일본 펀드업계 최고 큰손으로 군림하던 무라카미펀드 출신자들이 만든 에피시모, 대형 소매업체 세븐아이홀딩스 임원인사에 이의를 제기했던 서드포인트 등도 도시바의 경영 실적에 제대로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언제라도 개입할 수 있는 세력으로 분류된다.
마이니치신문은 "해외 펀드는 다양한 수단으로 주가를 높여 이익을 올린다"며 "(도시바에 투자한) 해외 펀드가 어떤 요구를 하고, 언제 차익 실현에 나설지 등 변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쿄의 한 연구원은 FT에 "도시바의 증자로 인한 문제는 나중에 커질 수 있다"면서 "도시바가 회생에 성공해서 도쿄증시 1부로 복귀하게 되면 글로벌 투자자 지분이 50%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바 경영이 외국계 헤지펀드에 휘둘릴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