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김현정 디자이너
대피소 생활과 연이은 여진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포항 주민들이 '악성댓글'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포항 주민들을 향해 위로를 건네거나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일부 몰지각한 누리꾼들이 입에 담기 힘든 공격을 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거나 댓글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악성댓글이 촉발되기 시작한 것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시험) 연기가 결정됐던 15일 저녁부터였다. 포항 지역 수험생들을 향해 "왜 포항 때문에 피해를 봐야하냐", "지진이 나든 말든 우리가 무슨 상관이냐", "포항 수험생들은 너무 이기적이다"는 식의 악성댓글이 달렸다.
지역 감정 싸움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많다. "경상도 사람들 더 피해 좀 봐야한다", "선거 때 OO당만 뽑더니 꼴 좋다. 벌 받았다", "경상도 지역은 지진이 더 나봐야 정신차릴 것" 등의 악성 댓글도 보였다.
포항 주민들은 무분별하게 달리는 악성댓글로 인해 가슴이 멍들고 있다. 포항지역 수험생 양모군(19)은 "연이은 여진 때문에 공부에 제대로 집중할 수도 없는데 수능이 연기됐다고 욕을 많이 먹었다"며 "포항 수험생들이 원해서 지진이 난 것도 아닌데 왜 공격을 받아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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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포항지역 수험생 김모군(19)도 "갑작스레 수능이 연기된 것은 속상하겠지만 가장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은 포항 수험생들"이라며 "격려는 못해주더라도 힘든 상황에서 욕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 지역 주민 윤모씨(48)는 "작은 진동만 있으면 바로 집에서 나가려고 옷도 다 챙겨입고 안경도 끼고 잠을 잔다. 그만큼 긴장하며 힘들게 지내고 있다"며 "작은 위로에도 큰 힘을 얻는데, 악성댓글을 보면 상처를 받고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포항 지진 피해를 향한 악성댓글을 계기로 관련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1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인터넷 댓글 제재 방안'이란 제목의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포항 지진 관련 기사에 달린 도 넘은 악성댓글을 보며 너무 화가 났다"며 "댓글 실명제 등 경종을 울리는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