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 화두인 ‘최순실 게이트’의 내부 고발자들은 이제 과거의 두터운 관계를 왜곡하거나 잊거나 허상으로 재해석해야 할지 모른다.
간통이 개인적 배신의 전형적 예라면, 반역은 정치적 배신의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배신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어떤 이에겐 정의로운 내부고발자라고 해도, 어떤 사람에겐 중상모략가일 수 있다. 누군가의 눈에는 반역자로 보여도 대중의 눈에는 영웅으로 비친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잣대가 적용되는 대표적 영역인 셈이다.
배신행위를 했지만, 역사적으로 배신자가 아닌 경우도 많다. 샤를르 드골은 프랑스 군부와 알제리에서 거주하는 프랑스인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만, 알제리의 독립을 선언하며 배신의 낙인이 찍혔다. 인류애를 생각하면 배신자로 취급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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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인 프레데리크 빌렘 데클레르크가 백인 보수 정치 가문 출신임에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폐지하거나 이스라엘 정치가 메나헴 베긴이 이집트에서 빼앗은 시나이반도를 되돌려 준 일 등도 마찬가지다.
저자 아비샤이 마갈릿은 배신의 대표적 아이콘인 유다의 이야기부터 그리스군의 속임수가 돋보인 트로이의 목마, 프랑스를 분열시킨 드레퓌스 사건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배신의 정의와 목적, 의미와 영향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정치적 배신을 해부할 때는 역사적 사례를, 개인적 배신을 해부할 때는 문학이라는 칼날을, 일반적 배신을 분해할 때는 종교 텍스트라는 칼날을 사용한다.
우리는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알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기울기 십상이다. 배신은 비정상적인 일이라는 확신을 이미 선입견처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심이 사실로 드러나기 전까지 과장된 입장을 경계하는 것이다. 배신은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에 매달리면서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심리가 부지불식간 작용한다.
저자는 “배신이란 두터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신뢰라는 접착제를 떼어내는 것”이라며 “배신행위에서 배신의 대상이 되는 것은 두터운 인간관계인데, ‘두터운 인간 관계가 없으면 배신도 없다’는 말이 이 책의 주제”라고 정의했다.
◇배신=아비샤이 마갈릿 지음. 황미영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456쪽/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