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가 지난 11일 강원도 동해시 동쪽바다 중앙시장에서 열린 인문학 콘서트에서 이미자의 희귀음반 '눈물의 묵호항구'를 처음 선보이고 있다. /동해=김고금평 기자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가 강원도와 관련된 노래들과 그 사연을 잇따라 소개하자, 추운 날씨에 모자를 깊이 눌러쓴 관객 100여 명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무대를 쳐다봤다. 아날로그 향기 가득한 LP 판으로 음악이 나올 땐, 70대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목청껏 따라 부르며 흥을 돋웠다.
지난 11일 오후 5시 강원도 동해시 동쪽바다 중앙시장.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길위의 인문학’ 사업 일환으로 마련한 ‘도서관이 찾아가는 방방곡곡 인문콘서트’에 문화 소외지역 노년 계층이 몰려 다양한 인문 콘텐츠를 즐겼다. 강연, 콘서트, 연극, 시낭송 등 평소 보기 힘든 다양한 콘텐츠를 한꺼번에 만나는 기회인 셈.
예술집단 페테의 연극 '당신을 태우고'. 지난 11일 강원도 동해시 동쪽바다 중앙시장에서 열린 이 연극에 문화소외 지역민 100여명이 몰려 즐겼다. /동해=김고금평 기자
최 평론가는 “이번 강연을 준비하면서 얻은 최대의 발견”이라며 “묵호를 그리워하는 이미자의 ‘눈물의 묵호항구’가 1971년 발매됐는데, 처음 듣는데도 구슬픈 선율이 정말 아름답다”고 소개한 뒤 즉석에서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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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민이 참여하는 시낭송 프로그램, 서율 밴드가 시 가사를 통해 들려주는 음악 콘서트 등 공연 중간 스민 인문학적 향기가 묵호항 야시장의 바다 냄새와 묘하게 어울렸다. 마지막 순서로 준비된 예술집단 페테의 연극 ‘당신을 태우고’에선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동해로 여행 온 노부부 이야기를 그린 연극은 제한된 공간을 넘어 객석, 시장, 주변 도로 등 열린 무대를 지향했다. 시작부터 객석에서 등장한 배우가 “아이고, 우리 영감 못 봤소? 그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공유 말고 도깨비 닮은 우리 영감 말이오” 할 땐 객석에 폭소가 터졌고, 이 웃음소리를 따라 시장 상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2시간여 이어진 무대에서 쉽게 자리를 뜨는 관객은 없었다. 문화소외지역에서 열린 특별한 무대라는 인식 때문인지, 어떤 콘텐츠에도 귀를 쫑긋 세웠다. 무대 밖 프로그램에선 책의 문장이나 자작시 문구 등 손글씨 디자인을 제공하는 캘리그라피와 캐리커처 행사가 열렸다.
11일 동해에서 열린 '도서관이 찾아가는 방방곡곡 인문콘서트'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서율 밴드의 공연 모습. /동해=김고금평 기자
정현태 한국도서관협회 본부장은 “올해 시범사업으로 동해 등 문화소외지역 2곳만 정부 지원으로 시작했지만, 내년부터 전국 개별 도서관 주최로 인문콘서트를 진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더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도서관이 찾아가는 방방곡곡 인문콘서트’ 지역은 15일 경북 의성으로, 김용택 시인의 강연이 준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