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총리. 2017.11.13/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 총리와 만났다. 비공개로 전환되자 문 대통령은 "리 총리께서 바둑이 수준급이시라는데 저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노영민 주중대사와 중국의 창하오 9단이 중국에서 한 팀, 우리나라의 이창호 9단과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가 서울에서 한 팀이 돼 화상 바둑을 겨뤘던 이벤트를 거론했다.
리 총리는 "제가 알기론 문 대통령님도 바둑을 좋아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바둑은 대승적이고 전반적인 국면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종합적이면서 전략적인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관계도 그렇게 풀어가자는 뜻으로 들렸다.
리 총리와 회담 모두발언은 한시를 주고받는 장면을 연출했다. 문 대통령은 "꽃이 한 송이만 핀 것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펴야 진정한 봄"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글도 세심하게 골랐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2014년 방한 전 국내 매체에 게재한 기고문에 들어있다. 시 주석의 표현을 반복하면서 한중 관계 회복을 염원한 것이다.
리 총리는 이에 중국의 시인 소동파(소식)의 글인 "봄이 오면 강물이 먼저 따뜻해지고, 봄 강물이 따뜻한 줄은 오리가 먼저 안다"는 구절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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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앞서 11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도 중국 표현을 인용해 시 주석의 마음을 움직이려 했다. 문 대통령은 시경 속 '매경한고 발청향(梅經寒苦 發淸香), 매화는 추위를 이겨낸 뒤 맑은 향기를 발한다는 대목을 인용, "비온 뒤 땅 굳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고 매경한고, 봄 알리는 매화는 겨울 추위를 이겨낸다는 중국 성어도 있다"고 소개했다. 전통문화에 자부심이 강한 중국 특유의 심리를 포착한 감성적인 접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