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반부패 숙청 목표는 개혁자금 '890조원' 몰수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7.11.08 11:08
글자크기

왕족·투자자·기업인 등 계좌동결 부정수익 몰수…최대 3조리얄 목표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AFPBBNews=뉴스1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AFPBBNews=뉴스1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부패 척결을 명분 삼아 주도하고 있는 대대적인 숙청이 경제개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이번 부정부패 단속으로 최대 3조 리얄(약 892조 원) 규모의 자산을 몰수하려 한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부패로 축적한 자산을 모두 국유화한다는 방침이다. 한 소식통은 사우디 정부가 이번 부패 단속으로 2조~3조 리얄을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중앙은행 격인 사우디아라비아통화청(SAMA)은 이날 사법당국의 요청으로 요주의 인물 은행계좌를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은행들은 계좌 동결 대상 수백 명의 명단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다만 동결 대상이 개인 계좌로 제한돼 기업 계좌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마지드 알 카사비 사우디 상무장관도 이번 반부패 사정이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나 프로젝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강력한 부패 단속을 무함마드 왕세자가 추진하는 경제개혁의 일환으로 본다. 그는 대규모 투자로 경제 다변화를 이뤄 석유 의존도를 대폭 낮추는 내용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이번 숙청은 권력을 강화하고 경제개혁에 필요한 자금을 구할 기회인 셈이다. 다만 환수 대상 자산이 대개 해외에 있어 들여오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우디 정부는 2014년 6월 이후 지속된 저유가 기조로 재정이 부쩍 취약해진 상태다. 2014년 7300억 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 8월 현재 4876억 달러로 줄었다.

미국 위기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최신 보고서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투자계획을 시행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며 사우디 경제를 개선하는 데 돈이 더 필요하다는 게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라시아그룹은 사우디 정부가 체포를 피하려는 왕족, 기업인 등과 모종의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사우디 왕위계승서열 1위인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끄는 반부패위원회는 지난 4일 사우디 왕자와 전·현직 고위관리, 기업인 등 60여명을 잡아들였다. '사우디의 워런 버핏'으로 통하는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 걸프지역 최대 건설사인 사우디빈라덴그룹의 바크르 빈라덴 회장도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왈리드는 킹덤홀딩스라는 회사를 통해 씨티그룹, 트위터, 애플, 뉴스코퍼레이션 등에 투자한 억만장자다. 바크르 회장은 9·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이끈 오사마 빈라덴의 이복형이다.

정확한 구금자 명단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관리들의 말을 빌려 지난 4일 밤부터 6일까지 약 500명이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왕족과 고위관리, 기업인 등은 수도 리야드에 있는 최고급 호텔 리츠칼튼에 구금돼 있다.

사우디 정부의 부정부패 조사는 약 3년 전에 시작됐다. 사우디의 한 관리는 "자산동결이나 체포는 이제 막 초기 단계로 더 많은 이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