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지났는데 시작도 못한 핀테크 해외송금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7.11.0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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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동안 준비했지만 라이선스도 못 받아…업종 변경한 업체들도 등장

정부가 지난 7월 비금융 사업자인 핀테크업체도 소액 해외송금 사업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규제를 완화했다지만 여전히 법적 장벽이 너무 높은데다 은행권과 협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이에따라 금융권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던 소액 해외송금이 자칫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개월 지났는데 시작도 못한 핀테크 해외송금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핀테크 기반의 A업체는 지난 1년 반 동안 소액 외화송금업을 준비했지만 아직 인가를 받지 못해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 7월까지 가상통화인 비트코인를 활용해 1년여간 해외송금 업무를 했지만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오히려 영업이 중지된 상황이다.



A업체 관계자는 “법 개정 이후 라이선스를 받아야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정부가 요구하는 자본금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라이선스를 받아도 영업이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외국환거래법 개정 후 소액 외화송금업 라이선스를 신청한 핀테크업체는 30곳에 달했지만 인가를 받은 곳은 7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법인은 20억원, 소액 외화송금 전업자는 10억원 이상의 자본금이 있어야 하고 부채비율은 200%를 넘지 않게 유지해야 하는데 핀테크업체에 너무 높은 기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 전자금융업자 수준의 전산설비와 고객 보호를 규정한 약관 등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역시 소규모 핀테크 업체로선 현실적으로 높은 벽이다.

소액 외화송금업 라이선스를 받아도 영업을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라이선스를 받은 7개 업체 가운데 현재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핑거뿐이다. 핑거도 이달 들어서야 사업을 시작해 아직 별다른 실적이 없다.

이는 금융실명법과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라 해외송금 사업을 하려면 고객의 성명, 주소, 연락처, 계좌번호, 계좌 실소유자 여부뿐 아니라 거래목적과 자금원천, 직업, 업종까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은행을 통해 고객 정보를 받아야 하는데 은행권 공동 오픈 플랫폼(API)이 아직 구축돼 있지 않아 일일이 은행과 접촉해 고객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일부 핀테크업체는 은행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가상통화를 이용해 송금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지만 가상통화와 관련한 법이 미비한데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져 여의치가 않다. 한국에서 100만원에 매입한 가상통화가 해외에선 80~9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소액 외화송금업을 허용하겠다고 하고선 자본금 조건을 너무 높게 설정한 것도 부담스럽지만 은행 수준의 국제적 기준을 충족해야 하니 사실상 영업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인가를 받고도 영업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와 아예 업종을 변경한 업체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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