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 추이. /사진=블룸버그
1일(현지시간) WTI 12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0.2% 하락한 54.30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6월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WTI는 지난해 1월 30달러선 밑까지 떨어졌다가 반등중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연장 기대와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공급부족 우려 때문이다.
선물가격은 이론적으로 현물가격에 무위험 수익률을 더해서 산출하는데, 원유 등 실물 자원은 여기에 보관비용을 추가하고 실물 보유에 따른 효용(보유편익률)을 차감한다. 수요가 우세한 경우 보유편익률이 높아져 '현물가격>선물가격'의 백워데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원유 가격이 앞으로도 완만한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도 OPEC의 추가 감산을 반영하지 않은 시나리오 하에서 2018년 유가를 50달러대로 제시하고 있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오는 11월 30일 OPEC 회의에서 추가 감산 여부가 논의되는데 시장에서는 내년 3월 종료 예정인 감산이 9개월 연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2018년 WTI는 브렌트유와의 가격 갭을 메우며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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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오르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했던 원유 관련 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도 최근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서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원유 관련 펀드/ETF 가운데 운용순자산이 가장 큰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 특별자산상장지수'는 지난 3년 수익률이 -55.57%였지만 지난 1년 수익률은 -6.65%, 3개월 수익률은 2.80%로 개선됐다.
운용순자산 2위인 '삼성WTI원유특별자산1' 펀드도 지난 3년 수익률 -60.14%에서 최근 1년 수익률과 3개월 수익률이 각각 -1.15%, 7.22%로 변했다.
한편 유가가 고점을 찍었다며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흐름도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의 경우 대표 원유 투자상품인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에 대해 9월 565억원을 순매수한 뒤, 10월 936억원으로 순매수 대금을 늘렸다. 동시에 원유 가격이 내려가면 수익이 나는 '신한 인버스 WTI 원유 선물 ETN'에 대해선 9월 41억원 순매도에서 10월 19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그러나 자금 동향 변화는 현상일 뿐 향후 유가 추이를 예측하는 변수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알파전략 팀장은 "원유 관련 인버스 ETN에 순매수 대금이 증가한 건 최근 유가가 많이 올라서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현상을 보여줄 뿐 본질은 아니다"면서 "유가는 산유국의 감산 여부가 중요하고 단순 변수에 의해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