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환 총감독 "평창 시작과 끝 뻔하지 않고 FUN하게"

머니투데이 이경은 기자 2017.11.04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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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 "부채춤 레퍼토리 벗고 현대문화로…관중참여 선수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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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가 97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회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개·폐회식은 그 해 올림픽의 상징으로 기억될 때가 많다. 30년 전의 88올림픽 굴렁쇠 소년이 아직까지 회자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전 세계 수십억 관중이 보게 될 행사의 연출을 맡은 송승환 올림픽 총감독을 지난달 31일 서울 광희동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올림픽 개·폐회식도 재밌어야 채널을 고정하겠죠. 동시에 한국의 예술적인 역량도 보여줘야 하고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쉽진 않지만 제가 평생 두 마리 토끼와 같이 놀았어요.(웃음)”



송 감독이 이번 올림픽의 개·폐회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예술성’과 ‘대중성’의 조화다. 올림픽은 본질적으로 예술적 행사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 남녀노소가 시청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대중성도 필요하다는 것. 그는 과거 순수예술인 연극무대와 대중매체인 TV쇼를 넘나들며 활동한 경험이 현재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송 감독은 예술성과 대중성만큼 전통과 현대예술의 융합도 강조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치른 국제행사들 보면 사실 레퍼토리가 뻔했어요. 부채춤, 태권도, 사물놀이 등 같은 패턴이었죠. 이번엔 거기서 좀 벗어나고 싶었어요. 아주 독특한 개·폐회식이 될 겁니다.”

그는 과거와 달리 지금 한국은 미디어 아트, 영상기술, 현대무용, 컨템포러리 아트 등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많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경쟁력 부족으로 늘 전통예술만 보여줘야 했다면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그는 이번 올림픽의 개·폐회식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클래식과 팝아트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30년 전 88올림픽 때와는 다르게 이젠 K아트, K푸드 등으로 한국이 세계에 알려져 있어요. 그 이미지도 부정적인 게 아니라 세련된 멋, 긍정적 이미지고요. 해외에서 외국인들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의 현대문화도 자신감 있게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가 개·폐회식에서 보여줄 주제는 ‘평화’로 압축된다. ‘평화’는 올림픽 정신 중 하나이면서 동시에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이 제일 염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의 이미지를 담아 개회식의 주제는 ‘피스 인 모션(Peace in Motion)’으로, 폐회식은 대회 후 새로운 도약에 대한 의지를 담아 ‘넥스트 웨이브(Next Wave)’로 정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2년 뒤인 2020년엔 일본 도쿄에서 하계 올림픽이, 뒤이어 2022년엔 중국 베이징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린다. 아시아의 3개국이 연달아 올림픽을 개최하기 때문에 이들과의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주된 고민이다. 송 감독은 그에 대한 해답으로 ‘자연 친화’를 내걸었다.

“중국은 만리장성, 자금성 같은 거대한 건축물이 자연을 압도하는 반면 일본의 건축물은 매우 아기자기하고 인공적이죠.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고민해보면 자연과 조화를 이룬 모습이에요. 우리 올림픽 스타디움도 매우 자연친화적입니다. 한 쪽의 스탠드는 산의 언덕을 이용해서 스탠드를 그대로 얹힌 거고요. 가장 중요한 오륜을 만드는 장면도 자연과 가까운 우리의 특성을 연출하려고 합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과 일본, 미국의 영향을 고루 받았지만 어느 한 쪽에 종속되지 않고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어 왔잖아요. 올림픽에서도 일본, 중국과는 다른 한국만의 조화와 융합을 보여줄 겁니다.”

송 감독은 구체적인 시안에 대해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비밀서약 때문에 밝힐 수 없지만 촛불혁명이나 북한에 대한 이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번 개·폐회식 선수입장 음악이 매우 독특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장이 매우 춥잖아요. 어떻게 관중들이 공연에 동참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관중들이 일어나서 추위를 이겨야죠. 다른 개·폐회식 선수입장 음악하고는 다른 음악으로 구상했습니다.”

송 감독은 한 달 전 중국 장이머우 감독을 만나고 돌아온 이야기도 전했다. 장이머우 감독은 앞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폐회식을 총감독했다. 그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으로서의 중국 공연 연출도 맡는다.

“장이머우 감독도 지금까지 가장 큰 스트레스를 준 공연이 올림픽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 어떠냐고 묻길래 저도 마찬가지라고 했죠.(웃음)”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감독단 20여명, 제작단 30여명이 모여서 전체회의를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요. 브레인스토밍만 자정을 넘긴 경우도 많죠. 환갑 되면 쉴 줄 알았는데 제일 바쁜 일을 하고 있어요.(웃음) 그런데 힘들고 머리아프다가도 막상 회의에 들어가면 신이 나고 너무 재밌어요. 어쩔 수 없이 나도 ‘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회의가 이어지고, 회의에서 나온 의견들을 반영한 수정작업이 거듭되는 일과를 보내느라 피곤할 법도 하건만 송 감독의 얼굴에선 힘이 묻어났다. 강원도와 평창, 대한민국, 쟁이 송승환 일생 최대의 겨울공연이 펼쳐진다. 2018년 2월9일, 바로 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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