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교수. /사진=김고금평 기자
한 해로 마칠 줄 알았던 ‘재미삼은 우연’이 ‘고통의 필연’으로 계속될 줄은 저자 김난도(서울대 소비자학) 교수도 몰랐다. 해마다 바쁘게 바뀌는 트렌드만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10주년을 맞았다.
2008년 쥐띠 해엔 ‘미키 마우스’(MICKEY MOUSE)로, 2015년 양띠 해엔 ‘카운트 십’(COUNT SHEEP) 등 해마다 동물 표제어로 한국 사회를 관망하는 소비 패턴을 분석했다. ‘장사하려면 그의 책을 보라’는 말도 업계에선 심심찮게 나돌았다.
지난 10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한국 사회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 온 김난도 서울대 교수. 김 교수는 "희망의 상실과 사회적 갈등으로 트렌드 키워드는 점점 '개인화'쪽으로 집중하고 있다"며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는데, 인간관계의 건강성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내년 개띠 해에 준비한 트렌드 주제는 ‘왝더독’(Wag the Dogs)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의미에는 사회적 약자의 약진이라는 숨은 뜻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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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은품이 본 상품보다, 1인 방송이 주류 매체보다, 카드뉴스가 TV 뉴스보다 더 각광받는 시대가 될 거예요. 특히 귀하게 자란 세대들이 일과 삶에서 방해받지 않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워라밸’(Work-and-life balance)의 부상이 눈에 띌 것 같아요.”
시선을 끄는 변화 중 하나는 대인관계를 ‘대안관계’로 보는 시각이다. 관계 욕망이 가성비적 재편으로 인간관계가 기능화한다는 것인데. 김 교수는 “지금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들처럼 깊은 인간관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카톡’이나 ‘페북’을 통해 그들의 세계를 구현한다”며 “개인화한 매체의 영향으로 갈수록 그들의 관계는 얕고 넓어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부터 그 해 동물 띠로 표제어를 만들어 트렌드를 설명해 온 김난도 교수. 그렇게 만든 '트렌드 코리아'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내년 첫 번째 키워드로 부상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그런 면에서 사회적 약자의 행복을 작게나마 더듬는 위로의 소비가 될 수 있을까. 갓 구운 빵을 손을 찢어서 먹는 것, 돌돌 말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의 행복을 전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일상에서 얻는 즐거움은 내년 소비의 가장 큰 트렌드가 될지 모를 일이다.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김 교수가 어둡고 불안한 한국 사회를 향해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