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직 수사관 폭로… "경찰 내 '철거왕' 내부자들"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2017.10.26 06:00
글자크기

'철거왕 이금열' 수사했던 최용갑 수사관 "주요 피의자 입건기록 삭제·검찰 송치 안돼"

[단독]현직 수사관 폭로… "경찰 내 '철거왕' 내부자들"


수년 전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4재개발 사업장에서 벌어진 ‘철거왕 이금열’ 사건을 수사했던 현직 경찰 수사관이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 등 주요 피의자의 수사기록이 조작됐다”고 직접 폭로했다.

그동안 경찰 안팎에서 서대문경찰서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됐지만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이 입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건축비리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사당국 내에 비호 세력 존재 여부가 밝혀질지 관심이 쏠린다.
(☞본지 10월24일 보도 [단독]‘철거왕 이금열’ 경찰 기록도 삭제, 도대체 왜 참고)



최용갑 수사관(현재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은 25일 “오랜 기간 고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 움직임에 맞춰 경찰 내 마피아(비호 세력) 조직을 없앨 때가 된 것 같다”며 본지와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2011년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4재개발 사업장 비리를 수사했던 서대문서는 이 회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형사 입건 수사했지만, 검찰에 송치하지 않았다. 이에 해당 사건을 넘겨받은 서부지검은 제대로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했고, 이후 관할도 아닌 수원지검이 첩보를 입수해 사건을 수사, 1000억원 대 횡령·뇌물 공여 등 혐의를 밝혀냈다. 이 회장은 2015년 1월 징역 5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최 수사관은 “2011년 가재울4재개발 사업장에서 비리 혐의가 불거졌을 때 주범이던 이 회장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정비업자) 박모씨를 킥스(KICS·국가 통합 형사사법정보 시스템)에 형사 입건해 집중 수사했는데 2012년 2월 돌연 파출소로 전보되고 다른 수사관으로 교체됐다”며 “이후 이 회장과 박씨의 입건 기록이 삭제되고 검찰 송치(불기소 혹은 기소의견)도 안 됐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 내 누군가 이 회장을 비호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최 수사관은 당시 인사명령 등에 대한 행정소송을 하던 도중 2014년 7월 사건 송치기록 일체를 문서송부촉탁 받았고, 이 회장과 정비업자 박씨의 ‘증발’ 사실을 포착했다. 본지도 해당 기록물을 입수해 확인했다.

서대문서는 본지의 확인 요청에 “담당했던 수사관들에게 확인하라”고 답했으나 24일 관련 의혹 보도가 나가자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송치 서류인 ‘경찰 의견서’에 나타난 수상한 정황(혐의를 받는 철거업체의 실 소유주가 이 회장이라고 판단했으면서도 이 회장을 송치조차 하지 않은 점)이 “맞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여전히 입건 기록을 삭제했다는 의혹은 부인하고 있다. 서대문서는 이 회장을 애초 입건한 사실이 없고 정비업자 박씨는 입건한 기록이 있지만 2012년 6월 별건으로 분리한 뒤 1년 뒤쯤(2013년 5월1일) 기소의견으로 송치해 삭제된 것처럼 보인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최 수사관은 “거짓말”이라며 “이 회장이 다원이앤아이를 통해 가재울4재개발 조합원의 재산인 고철 10여억원어치를 횡령하고 철거면적을 부풀려 30억원가량을 떼먹은 혐의를 내가 집중 수사했는데 입건 안 했을 리 없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에 앞서 이 회장으로부터 철거용역을 불법으로 재하청받은 업자를 최종적으로 참고인 조사를 하던 중 갑자기 인사발령 소식을 들었다”며 “이 회장을 입건 안 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후임 수사팀이 정비업자 박씨를 별건으로 분리해 1년 뒤 기소의견 송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문서송부촉탁으로 받은 서류상이나 구두 설명으로나 송치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검찰(서울서부지검)은 “박씨가 송치되긴 했지만 불기소의견(공소권없음)으로 왔다”며 “자세한 건 경찰에 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 수사관은 “만약 별건으로 분리하고자 한다면 검찰 지휘를 받은 후 경찰 의견서에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추후 수사를 은폐했는지 등 여부를 확인 감독 받기 위해서다”며 “그러나 의견서에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견서에는 별건 분리 사유가 적혀 있지 않다.

사건을 맡았을 당시 최 수사관은 ‘베테랑 수사관’이라는 내부 평가를 받았다. 일부 피의자들이 최 수사관에 대해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자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는 “최용갑 수사관이 베테랑 수사관으로서 복잡한 사건을 꿰차고 끈기 있게 수사해 나가자 담당자를 흠집 내어 교체함으로써 수사를 방해하고자 하는 의도로 악소문을 퍼뜨리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상 보고를 했다. 최 수사관은 2011년도에 서울경찰청 최우수 수사관(지능)으로 선발된 전력도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