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작인 중편소설 '루비얀카 4.8번지'에는 한반도에서 만주와 중앙아시아로 떠돌던 우리 유민들의 삶과 그 후손들의 삶이 그려져 있는데 1860년대 후반부터 1937년 스탈린 시대, 한반도와 러시아가 배경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37년은 구 러시아인 소련 국민들에게는 ‘혁명 20주년’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이 발표된 열광의 해였지만 또다른 이들에게는 불행의 해였다.
공영희 작가는 “한인 이주 정책을 되새길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못 해 시려왔다”며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발탁당한 채 죽지 못해 살았지만 또다시 강인하게 일어서는 기적을 소설로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공영희 소설가는 전주여고 재학 중이던 1971년 경희대 주최 전국문예콩쿠르 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또 그는 단편 ‘밧줄’로 ‘시대문학’ 신인상을 수상하고 ‘현대문학’ ‘월간문학’ 등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던 중 주변의 시선을 뒤로 하고 92년 초등학생인 어린 딸 둘을 데리고 러시아 모스크바로 떠나 자녀들을 예술가로 키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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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체류 16년, 그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그는 모스크바 한인신문에 간간히 작품을 발표하는 등 소설가로서의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섬에서 만난 아이'로 ‘해외문학상’과 중국 연변 소설가학회 주최 ‘두만강 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모스크바의 연인들', 장편소설 '모스크바, 1957년 서곡'이 있다.
◇모스크바 루비얀카 4.8번지=공영희 지음. 인간과 문학사 펴냄. 280쪽/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