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에게 생소한 초대형IB는 무엇인가? 우리가 흔히 아는 은행은 상업은행(CB·Commercial Bank)이다. 고객 예금을 대출하는 전통적 은행이다. IB(Investment Bank) 즉 투자은행은 조달 자금을 직접 투자해 수익을 올린다. 주식·채권·외환은 물론 부동산·M&A(인수합병)·IPO(기업공개)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미국 골드만삭스가 IB 대표격이다.
증권업계에 IB는 절체절명의 기회다. 개인 투자자가 떠나 주식 중개로 먹고살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전체 이익에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비중은 2007년 61%에서 올해 33%로 급락했다. 한계에 봉착한 증권사는 스스로 투자자가 돼 위험을 감수하는 IB시장에 뛰어들 수 밖에 없다.
한발 더 나아가 자기자본을 8조원 이상 확보하면 종합투자계좌(IMA)가 허용된다. 고객이 맡긴 자금을 기업금융에 투자하고 수익을 지급하는데 은행이 독점해온 수신업과 유사한 업무다.
갈등이 벌어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증권사에 과도한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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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은 연일 공세다. 초대형IB에 대출·지급보증·어음할인 등 신용공여를 허용하면 은행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초대형IB 여신공여가 8조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며 "자칫하면 (부실대출로) 외환위기 단초를 불렀던 단자사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권 일부도 부정적이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원금을 보장해주는 IMA에 부동자금 수십조원이 몰릴 수 있다"며 "과거 일부 증권사가 확정금리를 보장하다 (부실화돼) 공적자금 10조원이 투입된 전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파상공세에 금융당국도 움츠러든 모양새다. 금융위를 자문하는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윤석헌 위원장까지 "초대형IB 신용공여가 업권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감장에서 "초대형IB 인가 심사시 증권사 대주주 적격성뿐 아니라 건전성도 같이 보겠다"고 한발 물러선 듯한 말을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규제가 대폭 강화되는 등 당초 그림과 다른 초대형IB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한 한 증권사 사장은 "금융위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갈수록 높아져 신규 금융사를 설립하는 정도"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인가심사가 잠정 보류됐다.
금융위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초대형IB를 왜 도입하려 했는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금융위가 연초에 '자본시장 개혁 30대 과제'를 발표하면서 모험자본 공급확충을 첫 과제로 제시한 것은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 아닌가? 4차산업 육성이 절실한데 대출 중심의 은행, 자본력이 취약한 벤처캐피탈 만으로는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로 자격요건을 따지기보다는 초대형IB를 육성하려던 취지에 집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