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업계에서는 현재 유가 상승이 일회성 요인에 따른 것으로 결국 국제 유가는 40~50달러대에서 형성된 '유가 휴전선' 틀을 깨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휘발유값은 5월 첫째주(1487.5원)부터 7월 넷째주까지 13주 연속으로 떨어졌지만 8월 첫 주부터 반등한 이후 12주 연속 상승했다. 경유값은 13주 연속 상승세다. 10월 셋째주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가격은 전주보다 2.5원 상승한 리터당 1296.4원을 기록했다.
한국석유공사는 "미국 원유 재고 및 생산 감소, 이라크와 KRG(쿠르드자치정부) 교전 발생, 미국의 이란 제재 부활 가능성 등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했다"며 "국내유가도 강보합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상승은 우선 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과 GS칼텍스, 에쓰오일 (74,000원 ▼2,000 -2.63%) 등 정유업계 실적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A 정유사 관계자는 "유가가 뛰면 미리 사둔 원유의 재고평가액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유가 하락으로 실적이 둔화한 지난 2분기와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지난 2분기 SK이노베이션은 유가하락으로 석유사업부문에서만 1700억원 가량의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에쓰오일 역시 정유부문에서 500억원 규모의 재고손실을 입었다. 래깅효과(lagging effect, 원유를 수입, 정제해서 제품으로 판매하는 사이에 발생하는 시차 효과)도 실적에 악영향을 줬었다.
글로벌 해양플랜트 수주에 목마른 현대중공업 (129,000원 ▲1,700 +1.34%), 삼성중공업 (9,850원 ▲380 +4.01%) 등 조선업계도 유가 상승은 반갑다. 유가는 해양플랜트를 발주하는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의 채산성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다. 신규 수주 여부는 이들이 어떤 유가 흐름을 예견하고 발주 계획을 세우느냐에 달렸다.
올해 입찰이 예정된 해양플랜트 사업은 요한카스트버그 유전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를 비롯, 나이지리아 봉가 유전 FPSO, 멕시코만 비토 반잠수식원유생산설비 등이다. B조선사 관계자는 "유가가 더 오르면 추가적 시추 사업 추진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유가 상승은 중동 정세불안에 따른 일시적 요인으로 보인다고 정유·조선업계는 입을 모은다. 국제 유가는 장기적으로 정세 불안 요소보다 미국과 중동의 '유가 전쟁' 양상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중동 산유국들은 채산성이 배럴당 70달러였던 미국 셰일오일 산업을 고사시키기 위해 유가 부양에 나서지 않았고 이에 유가는 2015년 배럴당 20달러선 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미국의 채굴법 개선으로 셰일오일 채산성이 올라가며 현재 유가는 40~50달러대에서 '휴전선'이 생겼다. 실제로 지난 1년간 국제유가(WTI·두바이유)는 42~55달러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한다. 최근 유가 상승도 이 같은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C정유사 관계자는 "미국 셰일업계의 개입으로 국제유가는 결국 60달러선을 넘지는 못할 것"이라며 "당분간 현재 형성된 유가 휴전선이 깨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