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EU 긴축 통화정책, 주택가격 상승 제약"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7.10.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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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부동산 자산 비중 62.8%로 미국 2배 넘어…GDP대비 가계부채 비중 93%로 위험 수위

서울 강남구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시스<br>서울 강남구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시스<br>


향후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긴축 통화정책이 진행될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주택가격 상승 여력이 제약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요국 대비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도 많은 편이어서 금융안정 리스크에 더욱 유의해야 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종합팀이 22일 발표한 '글로벌 주택시장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주택 등 비금융자산 비중은 62.8%로 미국(30%)의 2배를 넘어섰다. 일본(37.8%), 영국(47.2%), 프랑스(60.7%) 등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주택은 가계의 중요한 자산이고 대출 담보로 활용될 수 있지만, 기초 경제여건과 괴리된 과도한 주택가격 변동은 가계부채 부실화, 금융기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높은 주택자산 비중은 대외 여건에 따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글로벌 주택가격은 최근 2년간 연평균 1.9% 상승하면서 올해 1분기 중 금융위기 직전(2008년 1분기) 가격의 98.7% 수준을 회복했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의 주택가격 흐름은 다른 모습이다.

주요 선진국은 2007년 2분기에서 2013년 1분기(저점)까지 14.7% 하락한 뒤 상승세로 전환돼 올해 1분기 기준 저점 대비 12.4% 상승했다. 다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잇따라 겪은 이탈리아(-23.9%), 스페인(-33.9%) 등 남유럽 국가는 주택가격 회복세가 더딘 편이다.


반면 신흥국은 글로벌금융위기 이후에도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09~2016년 신흥국 주택가격은 2008년 1분기와 비교해 평균 15.2% 상승했다. 외국자본의 주택구입이 늘어난 홍콩(83.1%), 인도(78.5%)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우리나라는 이 기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기준 주택가격 상승률이 1.6%로 집계됐다. 다만 이는 평균 개념으로 서울 등 주요 대도시 주택가격 상승폭은 더 높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은 LTV(주택담보대출 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금융규제 강화로 주택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줄었다.
한은 "美·EU 긴축 통화정책, 주택가격 상승 제약"
그러나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신흥국은 가계부채가 많이 늘었다. 이 기간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QE) 정책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불어나면서 해외 투자 자금이 더 유입된 영향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1년 56%에서 올해 3월 93%로 올랐다. 최근 주택가격이 많이 오른 태국, 말레이시아, 홍콩 등도 이 비율이 60~70%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향후 미국, EU 등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진행되면서 그간 신흥국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 주택가격 상승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주택가격은 당분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금융위기와 같은 급변동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주요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로 가계 원리금상환 부담이 커져 일부 국가의 주택시장 및 실물경제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LTV, DTI 규제를 강화한 정부는 오는 24일 가계부채 종합관리 대책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다주택자 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한편, 금리상승기에 상환 리스크가 높은 취약차주를 지원하는 방안이 동시에 담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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