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업황·주가 최악인데…현대차에 몰리는 외인돈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17.10.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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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후 1154억원 사들여 코스피 순매수 상위목록 랭크…바닥확인·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에 선제적 저가매수 나서

실적·업황·주가 최악인데…현대차에 몰리는 외인돈


현대자동차 (249,500원 ▼500 -0.20%)에 외국인 자금이 몰리고 있다. 3분기 1조원대 영업이익 수성이 위태로울 정도로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되레 외인 순매수 목록 상위를 차지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 일각에선 현대차의 실적과 주가가 바닥을 확인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추석 연휴 이후부터 17일까지 외국인은 현대차를 1154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에 이어 코스피 시장 세 번째로 많은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 순매수 목록이 IT(정보기술) 대형, 시클리컬(경기민감주) 종목으로 쏠린 상황에서 소외받은 현대차를 담은 셈이다.



현대차는 올해 초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를 기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흥국 시장과 내수시장의 선전에도 글로벌 빅2 시장인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해 실적을 끌어내렸다.

여기에 33.38% 지분을 보유, 지분법 영향을 받는 기아차 (118,200원 ▲1,600 +1.37%)의 통상임금 판결이 3분기 나오면서 손실을 키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정보회사 와이즈에프엔이 증권업계로부터 집계한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값)는 1조1339억원으로 3개월 전에 비해 13% 떨어졌다.



어닝 쇼크(실적이 업계 기대에 10% 이상 못 미치는 현상) 시 1조원대 영업이익이 위태롭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주가도 지난해 말 대비 3% 상승에 그쳤다.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 22%가량 상승한 상황에서 현대차만 소외된 셈이다.

이처럼 실적과 주가가 바닥을 향한 상황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진 것을 놓고 증권업계는 "악재는 대부분 반영됐고 바닥을 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이번 분기 반영되고 중국시장을 시장으로 판매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저가매수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올해 극심한 부진을 겪은 만큼 내년 실적은 기저효과(전년도 낮은 실적으로 인해 연간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는 것)를 톡톡히 볼 것이란 관측도 외인 매수를 뒷받침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다음달 2일로 예정된 5대 그룹 대표와의 회동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재차 요구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재평가 기대감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왔다는 분석도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보면 2·3분기에 악재는 모두 반영됐다"며 "김 위원장이 최후통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과거 지배구조 개선과정에서 이익을 본 외국인들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시장이 4분기부터 반등하고 내년엔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에 외국인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라며 "내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라인업이 강화되면 미국시장도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4분기 이후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강성 성향의 노조위원장 선출 이후 파업 가능성엔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현대차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마치지 못한 만큼 생산중단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재 높은 재고 수준을 감안하면 일시적인 파업은 실적에 영향이 적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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