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철회·심사 지연 속출…올해 공모시장 10조 어렵다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김도윤 기자 2017.10.1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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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심사청구 4개 기업 결론 못내…심사 철회·미승인 급증

상장을 눈앞에 두고 한국거래소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또 상장 예비심사 지연 사례도 늘어 올해 공모규모 10조원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 중 4개 기업이 아직 심사 승인을 받지 못했다. 심사 기간인 45영업일을 훌쩍 넘겼지만 제출 자료 미비, 기업가치 책정 난항 등의 사유로 승인을 받지 못했다.



동구바이오는 5월25일 거래소에 상장 청구서를 접수했지만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심사승인을 받지 못했다. 동구바이오는 내부통제 문제 때문에 상장 심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사업구조나 내부통제 등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살펴보다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바이오 상장 승인이 늦어지면서 제약기업들의 상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동구바이오의 상장승인이 늦어지면서 비상장 제약사의 경우 상장절차를 사실상 멈추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육가공 식품회사 윙입푸드 역시 5월31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여전히 심사 중이다. 올해 중국원양자원 상장폐지로 중국 기업에 대한 거래소 심사가 엄격하게 이뤄지면서 지연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거래소는 최근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중국 기업에 대해 실적 등 전반적인 회계 투명성을 예전보다 엄밀히 살펴보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중국원양자원 상장폐지 영향으로 중국기업은 보다 꼼꼼히 자료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라파스, 명성티엔에스가 지난 6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아직 승인을 받지 못했다. 실적 안정성이나 성장성, 미래가치를 토대로 산출한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의견 조율 등에서 애로사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거래소가 과거에 비해 깐깐하게 상장 심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실제 하반기 들어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하거나 승인을 통과하지 못하는 기업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 중 현재까지 철회 및 미승인 사례는 18건인데, 이 가운데 12건이 하반기에 집중됐다. 지난 16일에는 코스피 상장을 추진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아시아나IDT가 심사를 철회했다.

반면, 올해 안에 상장을 목표로 한 기업들이 미처 준비가 덜된 상태로 예비심사청구를 시도해 심사 통과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코스피 IPO 시장 침체와 코스닥 상장심사 실패 기업 증가에 따라 기대를 모았던 공모규모 10조원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전망이다. 올들어 현재까지 공모규모는 코스피 3조8898억원, 코스닥 2조7427억원 등 총 6조6325억원이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이 커지면서 상장 주관을 맡는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져 상장 기준에 못 미치는 기업의 심사청구가 많아진 것도 최근 심사 철회 및 미승인 증가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초만 해도 넷마블게임즈, 아이엔지생명 등의 성공적인 상장으로 2010년 이후 또 한 차례 10조원 이상의 공모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재 시장 흐름을 보면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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