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현행 헌법은 그렇게 본다. ‘경자유전(耕者有田)’. 농사를 짓는 자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원칙이 헌법에 자리를 잡은 것은 뿌리 깊은 소작제의 역사에 기인한다. 소작의 역사는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 강점기까지 이어지다가 해방 후 농지개혁 때까지 이어졌다. 그 기나긴 착취와 피착취의 흔적이 바로 헌법 121조에 남은 '경자유전의 원칙'과 '소작제도 금지'다. 경작을 하는 사람만 농지를 가질 수 있고, 농지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농지 대여를 불허한다는 거다.
◇"요즘 소작농이 어딨나" = 폐지론은 소작제의 폐해나 이에대한 우려가 사라졌다는 데서 출발한다. 소작제도 금지가 헌법에 들어간 3공화국 당시엔 소작농에 대한 착취가 극에 달했던 일제 강점기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해방 이후 농지개혁을 거치면서도 여전히 봉건적인 소작제의 폐해에 대한 우려가 존재했다. 나름 헌법적 금지의 필요성이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엔 지주에 예속돼 소작료를 내는 농민은 없다. 역사적 의미만 남아있는 소작제도 금지 조항은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스마트 팜’과 ‘新 소작제’ = 존치론자들도 소작제가 사라진 현실은 인정한다. 다만 농업의 신산업화 과정에서 얼마든지 소작의 관행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농업 기술의 발달, 대량 생산 시스템 구축 등 미래의 선진화된 생산 형태가 오히려 소작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미래 농업시스템은 농업에 IT(정보통신)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킨다. 다양한 단계별로 소작료를 징수하면 엄청난 고율의 소작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자유전 원칙에 대해서도 존치론이 만만찮다. 헌법에서 이 원칙이 삭제되면 농지의 용도 변경 문턱이 낮아진다.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는 농지의 규모를 감안할 때 국민 식량 생산 기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우리 국토 면적은 지난 2001년 995만ha에서 2015년 1003만ha로 증가했다. 반면 경지 면적은 같은 기간 188만ha에서 168만ha로 감소했다. 연도별 쌀 재배 면적도 2005년 거의 100만ha에 육박했지만 2015년엔 처음으로 80만ha대가 깨진 79만9000ha까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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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소작제 금지 규정은 존치하되 임대차 등 예외적인 허용은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오히려 원칙이 강화되는 내용의 헌법 개정 에 무게를 둔다. 헌법상 현행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고 표기된 부분을 강화해 '보장하며(준수하며)'로 개정하는 내용이다. 현실화된다면 '①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의 항이 '①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을 보장하며(준수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로 개정될 수 있다.
국회의 대표적 존치론자인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헌 논의에 있어서 농지를 중심으로 농촌의 고유한 가치와 공익적 기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농지가 없으면 농업과 농촌이 유지될 수 없는 만큼 개헌 논의 과정에 농민과 농민 단체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