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국내 최초로 ‘재건축 비리 백서’를 만든 서울 서대문구가 관내 재건축 사업장의 비리를 사실상 방조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최초 계획에 없던 176억원짜리 공사를 ‘철거왕’으로 불리는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복역 중)이 운영하는 업체가 맡았는데, 이 과정에서 구청이 눈에 보이는 비리 혐의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백서’ 제작에 참여한 외부전문가의 폭로다.
전직 검찰 수사관인 김상윤 저스티스파트너스(건설컨설팅업체) 대표는 17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서대문구의 의뢰를 받고 관내 가재울4재개발(가재울4) 사업장을 토대로 한 ‘재건축 비리 백서’ 제작을 감수하며 서대문구의 비리 방조 정황을 포착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2012년 4월9일 관리처분(추가 변경) 총회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사업비 예산안에 ‘기반시설공사’ 56억원은 그대로 있고 별안간 ‘정비기반시설설치공사’ 160억원이 더해진 것이다. 김 대표는 “예컨대 삶은 계란 56억원 어치가 필요하니 그만큼 사겠다고 신고해 놓고 ‘삶은 계란’ 명목 56억원을 그대로 둔 채 갑자기 ‘익은 계란’ 명목으로 160억원을 추가해 총 216억원을 지출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왜 160억원이 더 필요한지 설명하는 근거자료는 서대문구에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류상 나타난 내용만 꼼꼼하게 확인했어도 비리 정황을 잡아낼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 대표는 “지자체의 관리 감독 부실이 드러난 단적인 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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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 제출돼 있는 가재울4구역 재개발 정비기반시설 공사비 근거자료. 필요 공사비가 약 56억원인 것으로 표기돼 있다. 이 근거자료는 변함 없었지만 실제 공사비는 약 232억원까지 불어났다. /사진제공=가재울4 조합
문제의 공사를 맡은 업체는 바로 ‘철거왕’ 이금열의 이와소종합건설이다. 이와소는 176억원에 공사를 수행했다. 김 대표는 “실제 공사금액 176억원만 보면 기존에 계산한 56억원보다 3배가량으로 부풀려졌다”며 “더 심각한 건 기존의 56억원은 어디에 쓰였는지 행방을 알 길이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청의 인허가 과정을 거치는 정비기반시설 공사의 사정이 이런데 인허가를 받을 필요 없는 다른 다수의 용역들과 관련된 비리는 더욱 심각하다는 게 김 대표의 분석이다. 김 대표는 ”서대문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지자체가 이런 식으로 비리를 묵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한숨만 나온다”며 “전면적인 감사와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구청 관계자는 “서류검토 등을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철거왕 업체에 흘러간 167억원 '수상한 공사' 보도 관련 반론보도문]
본지는 지난 2017년 10월 19일자 경제면 "철거왕 업체에 흘러간 176억 '수상한 공사'" 제하의 기사에서, 가재울뉴타운 제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56억원의 기반시설공사비를 232억원(56억원+176억원)으로 4배 가량 부풀린 비리를 저질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조합(현 청산위원회)는 해당 사업비는 사업시행인가 당시보다 추가 된 정비기반시설공사비를 반영하여 적법한 절차에 따라 책정되어 감독관청인 서대문구청의 관리처분계획변경인가를 받아 집행된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