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대책 효과 봤나…은행 가계대출 증가폭 축소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7.10.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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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증가액 4.9조원으로 5개월 만에 최저치…주택 거래량 줄었으나 중도금대출 수요 지속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정부 8·2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뒤 은행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7월 매월 4조원 이상 늘었던 신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3조원대로 축소됐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749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9000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전월(6조6000억원)과 비교해 1조7000억원 감소하면서 지난 4월(4조7000억원)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출 상품별로 주택담보대출이 3조3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1조7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는 8월 3조1000억원에 이어 두 달째 3조원대 수준을 유지했다. 6월(4조3000억원), 7월(4조8000억원) 4조원대를 넘어선 것과 비교해 1조원 넘게 줄어든 것이다.



정부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이 시행됐던 2015~2016년 매월 5~6조원 가량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월간 증가폭이 2조원 가량 축소된 셈이다.

이는 8·2 부동산 대책으로 분양권 전매 제한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 거래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8000호로 8월(1만5000호)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한은은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인 정부 가계부채 종합관리 대책을 고려할 때 향후 가계대출 증가폭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존에 승인된 신규 분양 아파트 중도금 납부를 위한 집단대출 수요가 지속돼 주택담보대출은 2019년말까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지난해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2016~2017년 집단대출 수요가 월평균 3~4조원 될 것으로 추정했다.
8·2 대책 효과 봤나…은행 가계대출 증가폭 축소
지난 8월 이례적으로 급증했던 신용대출도 증가세가 둔화됐다. 9월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증가 규모는 전월(3조4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지난 8월에는 경찰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대출상품 출시, 카카오뱅크 출범 영향이 맞물려 신용대출 증가폭이 이례적으로 큰 편이었다”며 “9월은 추석 상여금 지급 등으로 신용대출 수요가 줄어 증가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기업대출은 자영업자 위주로 늘어나는 추세다.

9월말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778조8000억원으로 전월대비 5조원 늘었다. 대기업 대출은 9000억원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5조9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일반기업 운전자금 수요에 더해 부동산·임대업, 도·소매 관련 업종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이 많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9월 개인사업자 대출은 3조4000억원 늘어 2015년 7월(3조7000억원) 이후 2년2개월 만에 증가폭이 가장 컸다.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82조2000억원으로 전체 중소기업 대출의 45.1%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개인사업자 대출 중 상당액이 실제로는 가계대출 성격이어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지난 9월 대내외 영향으로 국고채 금리도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8월말 1.75%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9월말 1.89%로 0.14%포인트 올랐고 이달 13일에는 1.92%로 추가로 상승했다. 이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9월 하순부터 외국인의 채권 순매도, 북한 리스크 등으로 채권 금리가 오름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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