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논란과 금융위의 존재 이유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7.10.1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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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의 금융토크]

편집자주 매일 수많은 금융기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금융정책, 금융상품, 재테크 등 내용도 다양합니다. 하루가 지나면 묻혀버릴 기사들 속에서 독자들과 함께 한번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이슈들을 찾아보겠습니다.

케이뱅크 출범식케이뱅크 출범식


별다른 이슈가 없어 보였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국감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를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은 연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맹폭하며 오는 16일 금융위 국감을 벼르고 있다.

케이뱅크에 대한 은행업 인가 과정에서 대주주인 우리은행이 재무건전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금융위가 유권해석을 통해 편법으로 승인해줬다는게 케이뱅크 논란의 골자다.



케이뱅크에 대한 은행업 인가 심사 당시 규정은 '대주주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본비율이 은행권 평균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은행의 직전 분기말 BIS 비율은 14.0%로 업종 평균 14.08%에 미치지 못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어느 시점의 BIS 비율을 쓰라는 명문화된 규정은 없었지만 통상 직전 분기말을 기준으로 해 왔으니 금감원은 직전 분기말로 우리은행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했다. 실무적 심사를 담당하는 금감원으로선 당연한 결론이다.



그러자 우리은행은 법무법인의 의견을 받아 '직전 분기말이 아닌 3년 평균으로 해석해 달라'고 금융위에 요청했다. 금융위는 유권해석을 통해 우리은행의 요청을 받아들여 케이뱅크에 은행업 인가를 내줬다. '인터넷은행을 출범시켜 은행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책적 목적에 따른 판단이었다.

카카오뱅크 출범식카카오뱅크 출범식
금융위 설치법에 금융위의 역할은 '금융산업의 선진화(산업정책)와 금융시장의 안정(감독업무)'으로 규정돼 있다. 산업정책과 감독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둘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면 판단을 내리는 역할도 금융위가 해야 한다. 앞으로 감독체계 개편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현재까지는 산업정책과 감독업무 사이에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 금융위의 의무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그간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금융위가 내부 개혁을 위해 민간전문가들로 구성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지난 11일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머쓱해졌다. 혁신위는 이 문제를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이 충돌'한 사례로 보고 "나쁘게 말하면 감독쪽을 약화시킨 것"(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라고 평가했다. 혁신위는 다만 "금융위가 위법행위를 한 증거는 없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금융위의 정책 취지에 맞게 은행산업의 판을 흔들어 놓고 있다. 이용의 편리성, 금리와 수수료 혜택은 금융소비자들이 보고 있다. 금융위가 자신들에게 주어진 의무인 '판단'을 하지 않고 '공무원스러운' 기계적 감독만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은 더 늦어졌거나 아예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정책 취지와 판단의 근거를 상대적으로 간과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지적과 의원들의 특혜 의혹은 아쉬운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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