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구글플렉스)/사진=실리콘밸리(미국) 황시영 기자
구글의 자율주행차 개발은 이후 2016년말 '웨이모' 분사로 이어졌다. 구글의 공동 창업주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분사를 결정하면서 존 크라프칙 웨이모 CEO에게 '전권'을 줬다.
웨이모는 초기 단계에서 일부 구글러들의 시승 신청을 받았다. 지금은 구글러가 신청해도 못 타본다고 했다. 마운틴뷰 현지에서 만난 한 구글러는 "여전히 비밀스럽고 아직 이렇다할 상용화 단계가 아니지만 직원들에게 단기 성과를 독촉하지 않고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자율주행차, 무인(無人)차에 투자할 수 있는 회사가 구글"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이 '웨이모' 자율주행차에 탄 모습/사진=웨이모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마운틴뷰, 서니베일, 팔로알토, 프레몬트 등 인근 지역에 있다. 차로 10~30분 가면 닿을 거리에 기업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서로 다른 업종간 '짝짓기'도 활발하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의 '기계적인 완성도'와 IT의 '소프트웨어', 5G(세대) 통신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 중 자율주행차 연구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는 1994년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에 설립한 '북미 R&D센터'에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텔레매틱스 등 다양한 미래 차 연구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7만1700 평방피트 넓이에 2개동으로 구성된 R&D센터에는 연구원만 300여명으로 전세계 완성차 업체의 자율주행차 연구인력 중 최대 규모다. 벤츠는 보쉬와 손잡고 2020년경 완전 자율주행차를 낼 계획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북미 R&D센터'/실리콘밸리(미국)=황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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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부품업체 콘티넨탈 역시 지난 4월 실리콘밸리의 중심인 산호세에 '실리콘밸리 R&D센터'를 개소했다. R&D센터는 약 6038㎡ 규모로 300여명의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혁신 전문가들이 모여 친환경 자율주행차 연구를 하고 있다.
디르크 렘데 콘티넨탈 실리콘밸리 R&D센터장(부회장)은 "교통체증에 주차비가 비싸고, 출퇴근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거대 도시야말로 자율주행이 꼭 필요한 곳"이라며 "자율주행으로 낮에는 승객을, 밤에는 화물을 실어나를 로봇택시(Robotaxis)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우리 칩을 안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젠슨 황 CEO가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 퀄컴이 무려 54조원에 인수한 NXP 등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도 인근에 있었다.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에 위치한 '콘티넨탈 실리콘밸리 R&D센터'/사진=콘티넨탈
스탠퍼드대, 미시간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 미국 명문 대학 연구진이 참여한 TRI는 완벽한 인공지능(AI) 기술을 구현한 '안전한' 주행을 목표로 내걸었다. 질 프랫 TRI CEO는 "지난 한 해 미국에서만 교통사고로 3만5000명이 사망했는데, 자율주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최대한 많은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save as many lives as possible)"이라며 "인간과 기계 중 누가 더 안전하게 운전하느냐는 앞으로 수년간 중요한 문제고 이 문제를 풀기 위해 TRI는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가 알아서 지정 장소로 움직이는 '로봇택시'까지 등장하면 교통 혼잡과 주차난, 대기 오염 등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A 사용자가 출발지로 차를 불러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하고 나면, 차 스스로 B 사용자가 탑승할 위치로 이동한다. 차를 함께 쓸 경우 차고 공간을 다른 공간으로 전용할 수도 있게 된다.
현지에서 만난 자율주행차 개발자는 "앞으로 자율주행과 공유경제의 결합으로 차량 수가 줄어들어 교통체증이 덜해질 수 있다. 장거리 이동시 차 안에서 다른 일도 할 수 있다. 이로 인한 부가가치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자율주행 연구는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나는 사람이 필요없는 완전 무인 자율주행, 또 하나는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다. ADAS는 자동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각종 최첨단 안전 편의 사양을 뜻한다.
이 중 가장 비싼 라이다의 경우, 시장개척자인 벨로다인의 대항마 쿼너지사(社)의 경우 연 100만개를 양산하고 개당 200달러(약 20만원) 수준으로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000달러를 웃돌던 라이다 가격은 현재 1000달러(120만원) 수준으로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상의 모든 차가 최첨단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신차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각국의 규제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실리콘밸리에서조차 규제는 걸림돌이었다. 현지에서 만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처음에 많은 이들이 '운전자나 운전대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비웃었고, 관련 규제도 없었다"며 "항상 규제가 기술발전을 못 따라온다. 구글 무인차가 나온 후 DMV는 뒤늦게 차에는 운전대가 있어야 한다, 운전자가 탑승해야 한다는 규정을 추가했다"고 전했다.
통신 규제도 있다. 'V2X(Vehicle to Everything)'는 무선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커넥티드카 기술이다. '차량과 인프라(V2I)', '차량과 차량(V2V)', '차량과 보행자(V2P)'를 포함하며 차량이 교통 및 도로 상황, 다른 차량, 보행자와 정보를 공유해 자율주행을 가능케 한다. 인텔의 경우 차 안에 자율주행 센서나 기술 전체를 담을 수 없으니 차량 외부에서 5G로 정보를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