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타이'에서 '독도강치'까지…文대통령과 넥타이의 정치학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7.09.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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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선거전략, 국내정치, 외교, 이미지 메이킹까지 활용

【고양=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케네디 넥타이'를 맨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2017.04.25. 【고양=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케네디 넥타이'를 맨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2017.04.25.


'넥타이'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 표현 수단이 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색깔과 무늬를 바꾸거나 때로는 아예 '노타이'로 정치적 메시지를 보낸다.

문 대통령의 넥타이는 지난 대선 기간 내내 주목받았다. 문 대통령은 줄곧 이른바 '승리의 넥타이'로 불리는 줄무늬 넥타이를 착용했다. 문 대통령의 홍보 업무를 주도했던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주로 했던 스타일이다. 강인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기 위해 연출된 스타일이었던 셈이다. 거리 유세, TV 토론회 등에서 문 대통령은 이 '케네디 넥타이'를 했고 그 의미처럼 대선 승리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당선 후 주황색 '독도 강치 넥타이'를 했다. 인사 발표 혹은, 여야 지도부와 회동 자리에서 이 넥타이를 착용했다. '강치'는 바다사자의 일종으로, 독도에 서식하고 있었지만 일본의 남획으로 멸종된 동물이다. 독도의 상징과도 같은 동물이 무늬로 들어가 있는 넥타이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맨 것이 알려지면서 대중은 열광했다. 2012년 '독도주권 선포의 날'을 기념해 한 중소기업이 만든 이 넥타이는 문 대통령이 착용한 후 순식간에 완판됐다. 이른바 '이니 굿즈(문 대통령 기념품)' 신드롬의 한 축이 됐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월27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 미팅에서 함영준(왼쪽 두번째) 오뚜기 회장과 '노타이' 차림으로 건배를 하고 있다. 2017.07.27.【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월27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 미팅에서 함영준(왼쪽 두번째) 오뚜기 회장과 '노타이' 차림으로 건배를 하고 있다. 2017.07.27.
'노타이'를 통해 격식 파괴를 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할 때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 딱딱한 회의 대신 자유로운 '난상토론'의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다. '노타이' 콘셉트는 지난 7월 경제인들과의 만찬회동에서도 활용됐다. 문 대통령과 기업 관계자들은 넥타이 없는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호프미팅을 가졌다. 격식없이 소통하는 정부라는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을 준 장면으로 꼽힌다.



넥타이는 외교에서도 역할을 했다. 특히 핵심 동맹국이자, 북핵 이슈에 공조를 해야 하는 미국과의 우호를 과시하는 데 일조했다. 6월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푸른색' 넥타이로 통일해 흔들림없는 동맹관계를 강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7월초 독일에서 있었던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정상 모두 붉은색 넥타이를 함께 착용했다. 공교롭게도 푸른색은 문 대통령을, 붉은색은 트럼프 대통령을 의미하는 색이기도 하다. 양국 공조의 상징으로 '넥타이'가 떠오른 장면이었다.

【워싱턴=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월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간 상견례 및 만찬에 참석하며 영접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17.06.30.【워싱턴=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월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간 상견례 및 만찬에 참석하며 영접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17.06.30.
국내 정치에서도 넥타이가 활용됐다. 문 대통령은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동의안 표결을 앞둔 지난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이었는데,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평창의 밤' 행사 등에 참석했다. 김 대법원장 인준을 위해 국민의당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국민의당의 상징인 초록색 넥타이를 한 것으로 풀이됐다. 당시 민주당의 우원식 원내대표, 청와대의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도 마찬가지로 초록색 넥타이를 하며 국민의당에 '절실한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여야4당 대표 만찬회동에서도 문 대통령은 초록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회동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같은색이었다. 비록 회동에서 문 대통령과 안 대표가 북핵 이슈 등의 문제인식에 있어 팽팽히 맞서는 모습도 보였지만 개혁입법을 위해 '협치'가 절실한 문 대통령이 국민의당에 대한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의 넥타이와 관련해 "일부 조율된 장면도 있지만 모든 넥타이에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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