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전 MBC사장./ 사진=뉴스1
이 PD는 26일 밤 9시쯤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와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취재진들을 만났다. 그는 "결과적으로 김 전 사장이나 윤길용 전 시사교양국장은 아바타였던 것 같다"며 "김 전 사장이나 윤 전 국장, 김철진 전 편성제작본부장이 주도적으로 MBC 방송파괴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국정원 문서대로 했더라"라고 말했다.
이 PD는 2014년 10월 세월호 관련 프로그램 제작을 두고 MBC 경영진과 갈등을 빚었다. 이에 사측은 교양국을 폐지하고 이 PD를 비제작부서로 보내 스케이트장 관리를 시켰다. 이 PD는 2011년 4월에도 이명박 정부의 남북경협 문제 취재를 놓고 사측과 마찰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PD에 따르면 국정원은 관련 문건에서 최 전 PD의 전출과 방송인 김미화씨의 교체를 '핵심 성과'라고 표현했다. 또 해당 문건에는 'VIP 보고'라는 표현이 있었다고 최 전 PD는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VIP는 대통령을 지칭한다. 이와 관련 그는 "검찰에서는 그것이 꼭 (대통령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 제작진이었던 최 전 PD는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의혹에 대한 보도를 준비하던 중 비제작부서로 전출된 뒤 2012년 해고 통보를 받았다. 현재 뉴스타파에서 PD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언론 장악 사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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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정원 적폐청산 TF(태스크포스)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KBS·MBC 등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방송사 간부와 PD 등의 성향을 파악하고 정부 비판 성향 인물들에 대한 인사에 개입한 정황을 담은 문건을 공개했다. 국정원은 이 가운데 정부에 비판적 성향이 강하다고 분류된 이들에 대해 해당 방송사 수뇌부를 통해 압박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TF 조사를 통해 확보한 이 문건을 지난 14일 검찰에 넘기고 수사를 의뢰했다.
이 같은 방송사 블랙리스트와 관련, 검찰은 먼저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날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다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정재홍 전 PD수첩 작가도 불러 조사했으며, 정 전 작가는 "박근혜 정부의 비리를 수사하다 이(블랙리스트)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 문제가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취재진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