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만 시내면세점 13개, 내년엔 전국 24개 점포 치열한 영업 전쟁
-인터넷·모바일 등 온라인 시장 급성장…과거와 달리 적자감수 출혈입찰 명분없어
지난달 4일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출국객들이 인천공항에 몰리며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1
연 12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면세시장이 흔들리면서 천문학적인 임대료를 내야 하는 공항면세점에서 사업자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이 2015년 김해공항에서 철수했고,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이 올 연말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손을 뗀다.
◇공항면세점 모두 '적자'…과도한 임대료, 반복되는 잔혹사=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면세점 관계자들은 "공항 면세점 임대료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공항을 비롯해 면세점 업계는 그동안 시내면세점에서 돈을 벌어 공항 면세점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만회했는데 최근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최근에는 시내면세점에서도 이익이 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온 것이다.
2015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3기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할 당시 대기업들이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이면서 임대료가 치솟았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내 면세점 사업자들이 낸 임대료는 총 8656억원으로 롯데·신라·신세계는 연간 매출의 약 40%에 달하는 금액을 임대료로 냈다. 임대료 부담이 큰 만큼 인천공항 등 국내 공항 면세점 22곳은 지난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한화갤러리아가 운영중인 제주공항 면세점경우 매달 내는 임대료가 21억원인데 중국 관광객이 줄어 지난 4월 이후 월매출이 17억~18억원 안팎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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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면세점의 과도한 임대료 때문에 사업을 포기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1년 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개항 직후 사업권을 따냈다가 92억원 위약금을 물고 포기했다. 신라면세점의 빈 자리를 채우며 면세사업에 나섰던 애경(당시 AK면세점)도 결국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2009년 롯데에 지분을 넘기며 면세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한 면세점 업체 임원은 "그동안 인천공항 등 출국장 면세점은 대한민국 관문이라는 상징성이 큰 데다 일종의 광고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돈이 되지 않아도 무조건 입찰에 참여했다"며 "하지만 서울에만 시내면세점 사업장수가 2배 이상 많아지는 등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신세계 강남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이 순차적으로 문을 열면 전국 시내면세점 수는 2013년 17개에서 24개로 늘어난다.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수만 13개에 달한다.
인터넷·모바일 등 온라인 채널로 면세 수요가 몰리는 등 유통시장 패러다임 변화가 본격화되는 것도 업체들이 공항에 목을 매지 않는 요인이다. 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온라인 마케팅 등 전략을 잘 짜면 굳이 임대료가 비싼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지 않고도 더 효율적으로 실적을 낼 수 있지 않겠냐"며 "오는 2020년 인천공항 4기 사업자 입찰 때는 과거처럼 적자를 감수하며 무조건 달려들기보다는 경영 효율성을 충분히 따져 입찰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귀띔했다.
성장세를 지속하던 국내 면세시장이 사드 여파로 매출 감소 위기인 것도 '탈 공항' 기조와 맞닿아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면세점 시장 규모가 10조~11조원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면세점 시장 규모가 10조~11조원으로 축소되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후 14년만에 처음으로 연간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