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기름값 44% 급등…"안보리 원유 제재 영향"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7.09.24 10:46
글자크기

"석유제품 제한에 기름 사재기"…"北 당국이 기름 공급 줄였을 수도"

북한 평양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들. /사진=stephan 플리커북한 평양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들. /사진=stephan 플리커


북한 평양의 주유소 기름값이 최근 50% 가까이 급등했다. 중국의 석유제품 공급 제한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 영향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리(VOA)는 평양 주재 한 서방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휘발유 가격이 21일을 기점으로 1㎏ 기존 1.6유로 수준에서 2.3유로로 44%가량 급등했다"고 23일 보도했다. 경윳값도 1㎏당 1.7유로에서 2유로로 올랐다.



북한의 휘발유 가격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1㎏당 0.75유로, 경유는 0.84유로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4월 20일을 전후로 휘발유 1.4 유로, 경유 1.5유로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후 지난달 12일 휘발유 1.6유로, 경유 1.7유로로 소폭 상승하며 4개월째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앞서 일본의 일부 언론은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며칠 뒤 북한의 휘발유 가격이 1㎏당 2.4유로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VOA와 인터뷰한 서방 외교관은 핵실험 이후에도 평양 기름값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 외교관은 "북한 주민들은 여러 수단을 통해 휘발유를 저렴하게 살 수 있지만, 외국인은 주유소만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의 기름값 인상이 외국인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내 기름값 급등은 평양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북한 현지 취재원을 통해 북한 소식을 외부에 전하는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지난 2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북부 지역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최근 급등했다"고 말했다.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1㎏당 8500원(북한 돈) 하던 경유가 3주 만에 1만2500원으로 47% 상승했다. 또 1㎏당 1만5000원 하던 휘발윳값은 1만8750원으로 20% 인상됐다.

1달러가 8000원 정도인 현재 달러/북한 원 환율을 고려하면 북한 북부 지역에서 휘발유는 1㎏에 2유로, 경유는 1.3 유로에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기름값 급등 원인으로는 북한에 대한 석유제품 및 원유 공급을 제한하는 안보리의 대북 결의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시마루 대표는 "(안보리 대북제재 영향으로) 상인들이 (기름을) 사재기할 수도 있고, 북한 당국이 시장에 돌리는 기름을 줄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모든 석유 정제품의 공급과 수출을 합해 연간 200만 배럴(약 30만t)로 제한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중국이 북한에 원유를 제한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인해 기름값이 올랐을 것”이라며 "이달 말 추수 시기 트랙터 등 농기계 이용을 위한 경유 수요가 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브라운 교수는 다만 "대북 제재가 북한으로 들어가는 원유와 정제유 판매에 상한선을 두기는 했지만, 공급량이 실제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기름값이 내려가거나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TOP